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다음 한주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주제 중의 하나가 ‘카카오톡 감청 논란’, ‘사이버 검열 논란’이 아닐까 싶다.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은 ‘퇴행’이라고 평가한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한 부친 박정희에 이어 ‘신유신’ 시대를 열고 있다는 식의 비판이 나온다. ‘자신에 대한 모욕’이 도를 넘었다고 공개적으로 분개하는 대통령과, 이에 발맞춰 ‘실시간으로 업체와 온라인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검찰의 행태는 퇴행적이다. 그러나 ‘신유신’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에서도 우리는 과거를 본다. 진보를 표방하는 한국 야당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걸핏하면 이렇게 ‘과거’와 싸우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결과를 알고 싶다면 미래와 연결해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이런 상황을 ‘반(反)미래’라고 평하고 싶다. 지금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 키워드는 ‘연결’, ‘개방’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공유’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컴퓨터와 컴퓨터를 잇는 망으로 시작한 네트워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었고, 이제는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결이다. 그 네트워크 위에 컴퓨터 운영시스템부터 세계 유수의 대학 강의까지 모두 공개되고 있다. 개방이다. 마지막으로 그 토대 위에서 음악이나 동영상 같은 콘텐츠부터 개인이 가진 옷이나 자동차, 심지어는 집까지 같이 나눠 쓰는 ‘공유’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눠 쓰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공유경제’는 발원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유럽을 거쳐 이제 한국에 도달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연결, 개방, 공유를 통해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다음번 사회로 진화해 갈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이런 진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개방되고, 공유되는 상황은 유리창처럼 투명한 환경이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그 환경에서 개인은 움츠러들게 된다. 합류를 꺼리게 된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한 한국의 아이티(IT)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초고속 통신망 혁명에 기꺼이 뛰어든 국민 개인들의 빠른 선택 덕분이었다. 정부의 역할은 거기에 맞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세계가 놀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비결은 ‘속도’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그 속도는 점차 줄고 있다. 이유가 뭘까.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을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한국은 “중국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살고, 기업은 “최대한 빨리 기계화해야” 살고, 개인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산다고. 핀란드의 노키아를 누르고 세계 최고에 오른 삼성전자는 이제 중국의 샤오미에 쫓기고 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우리에겐 미래는 없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감시·통제사회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제, 통제, 감시는 악명 높다. 생각이 자유롭지 않은 중국은 하드웨어 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류’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소프트 산업과 ‘협력적 공유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확신 없이는 이런 변화에 속도를 내기 힘들다.
대한민국 검찰은 대통령의 그 ‘귀중한’ 명예 때문에 우리가 미래로 가는 길에 거대한 장벽을 만들고 있다. 카카오톡이 감청 협조를 거부하면, 여당과 법무부는 이를 핑계로 통신비밀보호법을 고쳐 이동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같은 업체한테도 네트워크 감청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려 할지 모른다. 이런 게 반미래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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