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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수창 전 지검장, 왜 ‘성도착증’ 아니라 ‘성선호성 장애’?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4-11-27 14:15수정 2022-08-22 09:27

[더(the) 친절한 기자들]
‘성선호성 장애’와 ‘성도착증’은 사실상 같은 병명
검찰, 기소유예 논란 줄여보려 덜 익숙한 용어 쓴 듯

지난 8월 길거리 음란행위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25일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음란 행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기소유예) 공연음란죄는 인정됐지만 ‘아픈 사람’이니 형사 처벌 대신 치료가 먼저라는 게 제주지검의 판단이었습니다.

검찰은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며 “피의자는 범행 당시 오랫동안 성장 과정에서 억압됐던 분노감이 비정상적인 본능적 충동과 함께 폭발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정신 병리 현상인 ‘성선호성 장애’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눈길을 끈 건 ‘성선호성 장애’였습니다. 흔히 ‘성도착증’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검찰은 낯선 ‘성선호성 장애’라는 표현을 썼는데 두 질병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둘은 같은 병명입니다. 같은 정신과적 질병을 두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질병 분류 기호’는 ‘성선호장애’(disorders of sexual preference)로, 미국 정신의학회는 ‘성도착증’(pharaphillic disorders)으로 씁니다. 노출증·관음증·소아성애증 등은 모두 성선호장애 또는 성도착증의 하위 갈래입니다.

국내 의료계는 질병분류기호로 세계보건기구 분류를 따르기 때문에 기호로는 성선호장애를 사용하지만 성도착증이란 용어도 씁니다. 법률(‘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이런 증상을 ‘성도착증’으로 표기합니다. 일반인들도 성도착증을 흔히 쓰는 탓에 언론도 주로 성도착증으로 표현해왔습니다.

똑같은 질병을 검찰이 법률용어이자 본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한테도 익숙한 성도착증이라는 표현 대신 성선호장애라는 의료계 전문용어로 에둘러 표현한 것은 왜일까요? 한 정신과 전문의는 “비교적 덜 알려지고 부정적 어감도 적은 병명을 사용함으로써 기소유예 결정에 대한 논란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제주지검 고기영 차장검사는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신과 의사 진단 소견서에 성선호장애로 나와서 그렇게 표현한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성선호장애로 분류된 전체 환자수는 166명이고 이 가운데 입원환자는 12명입니다. 지금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 전 지검장은 ‘희소한’ 성선호장애 또는 성도착증 환자인 셈입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제주지검이 “6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 위험성이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약물이나 행동 치료가 가능하지만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단정적) 표현은 전문가로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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