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파문
‘십상시’ 실체 파악 소극적 태도 우려
‘십상시’ 실체 파악 소극적 태도 우려
검찰이 ‘정윤회 국정 개입 보고서’ 내용의 진위 판단과 관련해 보고서 내용과 흡사한 정도의 사실이 있었느냐가 중요하다며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국정 농단’의 실체 파악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 있는 태도다.
검찰 관계자는 4일 “그 모임(‘십상시 모임’)이 있었느냐가 핵심”, “제일 중요한 것은 정기 회합”이라고 밝혔다. 또 “그런 모임을 가졌다면 그 말(정윤회씨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낙마설 유포를 지시했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는 것은 신빙성이 있지만, 그 모임이 없었다면 그런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일차적으로 서술하거나 묘사한 내용이 사실인지가 중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라도 있었는지를 살피게 된다. 그래서 이 발언은 일견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 고소 사건에서 팩트는 10명이 회합을 했느냐는 것이다. 거기에서 한달에 두번씩 이어졌는지가 가장 키(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또 “(십상시 모임인데) 9명 모였으니 팩트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3명이 모인 걸 10명 모임으로 보는 건 곤란하지 않으냐. 예컨대 그중 7~8명은 모여야 ‘모임 자체가 팩트구나’ 그렇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말은 보고서나 보도 내용의 진위와 관련해 ‘십상시’라는 단어 자체에 집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관계 조사에서 2013년 10~12월 정씨가 “매월 2회 정도” ‘십상시 멤버들’을 만났다는 내용에 근접해야 보고서나 보도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하지만 여론이 요구하는 진상 규명의 핵심은 정씨가 정확히 몇 명과 얼마를 주기로 만났는지보다는, 아무런 공직에 있지 않은 그가 실제로 ‘청와대 3인방’과 접촉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보고서에도 정씨가 ‘십상시’를 모두 또는 거의 전부를 매번 만났다고 쓰여 있지는 않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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