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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윤회와 ‘십상시’가 회동했다는 중국음식점 가보니…

등록 2014-12-05 16:10수정 2014-12-06 13:22

‘은밀한 대화’ 하기에 어울리는 어둑한 실내 분위기
한 마리에 8만원 하는 오리구이가 이 집 대표 요리
‘베이징덕’ 전문점에서의 밀회가 ‘레임덕’ 불러오나
[친절한 기자들]

문화부 esc팀 음식문화 담당 박미향 기자입니다. 하루의 8할을 맛보고, 그 맛의 사회적인 의미를 찾고, 그 맛을 만드는 사람과 공간을 찾아다닙니다. “좋겠다!”라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머니는 늘 헐거워지고, 고무줄 바지가 일상복이 됐습니다. 친절한 기자로 첫 인사드립니다.

굵직한 사건이 신문 사회면을 도배할 때마다 저는 엉뚱한 쪽에 관심이 더 갔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폭풍 속으로 몰아넣은 ‘초원복집 사건’ 등 이슈가 된 사건을 들으며, 그 음식점의 복어회 맛은 어떨까 더 궁금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이 국정을 주무른다는 내용의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도 대한민국의 숨은 그림자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했다는 그 중국음식점 ‘ㅈ가든’의 음식 맛이 어떨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십상시’는 문건에서 청와대 안팎의 박근혜 대통령 측근 10명을 지칭한 말이죠.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지난 1일 오후 7시경 ㅈ가든 압구정점을 방문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최근 몇 년 사이 ‘핫 플레이스’로 뜬, 현대적인 풍의 고급 중식당입니다. 금융업계 인사들의 단골집으로 몇 차례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음식점은 강남의 고급음식점과 성형외과로 가득 찬 골목에 있고요.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의 문을 열자 어두우면서도 온화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스폿 조명이 식탁의 정중앙을 비추고 그 외의 실내는 어둑했습니다. 환한 조명이 꽂히는 식탁에만 온 감각이 집중되게 꾸며져 있어서 은밀한 대화가 ‘내 것인 듯 내거 아닌 듯’ 하기 딱 좋아보였습니다.

자고로 중식당의 기본은 군만두와 짜장면입니다. 일반적인 중식당과 달리 이곳 군만두는 한 번 쪄서 튀겨낸다고 합니다. 튀긴다기보다는 살짝 굽는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해 보입니다. 8개. ‘십상시’가 먹기에는 군만두 두 개가 적었어요. 어쩌면 단골 정윤회씨에게는 몇개 더 줬을지도 모릅니다. 가격은 11000원. 개당 1375원짜리 군만두. 짜장면도 조금은 남다르더군요. 포도씨유짜장면이라고 적혀있고 도삭면(刀削麵)이라고 소개합니다. 채소를 볶을 때 포도씨유를 쓴다는 소리인데, 최근 ‘건강’을 강조하는 외식업계의 트렌드에 살짝 편승한 겁니다. 면 굵기는 우동면이 연상될 정도로 굵었어요. 도삭면은 말 그대로 칼로 깎아낸다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칼국수와 수제비 중간 정도의 면발입니다. 가격은 9000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ㅈ가든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정윤회씨 등이 ‘십상시’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박미향 기자
사실 이 레스토랑은 베이징덕(베이징오리구이)이 ‘잇 메뉴’입니다. 베이징덕전문점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식탁마다 오리들의 살이 날아다니더군요. 한 마리당 8만원. 밀전병을 깔고 그 위에 고기, 생파와 오이, 소스를 얹고 싸먹습니다. 조리법은 오리를 장작에 굽는 법과 화덕에 굽는 법, 2가지인데, 이곳은 후자였어요. 한쪽 벽에 시커먼 화덕이 눈에 띄고, 그 아래 참나무 땔감도 보였습니다. 셜록 홈즈처럼 눈동자를 굴리면서 분위기 파악하고 있는데 깔끔한 제복의 종업원이 다가왔어요. “주문한 오리구이가 나오기까지 20여분이 걸립니다. 그 전에 다른 거 주문하시려면 참소라간장소스 어떠신지요?” 차림표를 종업원이 눈치 못 채게 재빨리 훑었어요. 가격 때문이죠. 없었습니다. 고급레스토랑은 차림표에는 없지만 제철식재료를 활용하거나 셰프의 ‘오늘의 요리’ 같은 메뉴를 준비합니다. 그런 메뉴였어요. 도리가 없었어요. 가격을 물었죠. 그가 4만원이라고 말해줬어요. 무시당할까 하는 소심증이 발동해 호기롭게 주문했습니다. 흥건한 간장베이스의 소스 위에 삶은 소라가 엉켜있어요. 맛? 미식가들에게 그다지 감동을 줄 만하지는 않습니다. 역시 참소라는 잘 삶아 꼬챙이로 살을 뽑아 먹어야 제 맛입니다. 드디어 오리구이 등장. 마스크를 쓴 요리사가 서빙용 식탁에 조리된 오리를 가져왔어요. 날카로운 칼로 쓱쓱 잘라내는 폼이 프로더군요. 한참을 자르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멋쟁이 신사가 나타나 곁에 서는 겁니다. 은발에 풍채가 좋았어요. ‘나에게 반했나?’ 어이없는 망상을 했죠. 그는 요리사의 손끝을 한동안 주시했어요.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어요. 그와 눈이 마주쳤어요. 은발의 미소를 날리더군요. “누구시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그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잘 익었네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어요. 정체불명의 그를 제지하거나 말을 거는 종업원은 없었어요. 그는 레스토랑 주인 ㄱ씨였습니다. 그의 표정은 밝아보였습니다. 최근 사태가 오히려 홍보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까요? 에스엔에스를 타고 이 식당이 벌써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화제입니다.

요리사에게 말을 붙여보니 얼핏 외계인말 같은 게 들렸어요. 중국어였습니다. 그는 한국말을 못하는 중국인이었어요. “베이징?” 하고 단어의 끝을 올려 물으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가공할만한 비밀 얘기를 해도 그는 못 알아듣습니다. 베이징덕은 껍질은 느끼할 정도로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기는 담백했어요. 비교적 조리가 잘 된 맛입니다. “뼈 부분과 붙은 살은 기름기가 많아 버린다”고 가져가도 되겠냐는 종업원의 질문이 날아왔어요. 족발도 손으로 뜯어먹는 우리 문화를 생각한다면 아까운 노릇입니다. 베이징의 베이징덕전문점에서는 오리 뼈만 모아 팝니다. 뼈를 사서 가정에서 마치 우리 사골국처럼 푹 고아 먹어요. 저녁코스요리는 5만~8만8000원. 점심코스요리는 2만9000~3만9000원. 단품은 9000~6만6000원 선입니다. 이날 베이징덕, 참소라간장소스, 찐만두와 군만두 한 접시씩, 생맥주 2잔, 짜장면 1인분의 식사비는 16만7000원이었습니다. (ㅠㅠ)

박미향 기자
박미향 기자
지난 4일께 이 음식점의 본점과 지점 2곳을 검찰이 압수수색해 폐쇄회로(CC)티브이, 예약자 명단, 결제내역 등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유병언일가가 운영했던 식당을 압수수색한 적은 있으나 사건 주요 당사자가 아닌데 레스토랑이 조사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주인은 무슨 죄일까요? 예약자들은 또 무슨 봉변입니까? 자신들의 이름이 각하의 레임덕을 촉발하는 전대미문의 사건파일에 오르다니요. 각하의 국정운영스타일이 일개 중식당의 일상까지 뒤흔들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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