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보고서 허위’ 가닥…유출경로 캐기 바쁜 검찰

등록 2014-12-09 20:43수정 2014-12-10 10:48

정의당 부대표단과 청년당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윤회씨 등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의당 부대표단과 청년당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윤회씨 등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경찰 정보관들이 문건입수
언론사 2곳에 유출
대기업 직원에까지 흘러가
박 경정 ‘제3자 전달’ 못밝혀
박 전 청장도 처벌 불투명
‘정윤회 국정 개입 보고서’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첫 형사처벌 대상자는 경찰 정보관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다수의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두명의 구속영장을 10일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이들한테 청와대 보고서를 전달받은, 한화그룹에서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직원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과 권력 암투 의혹이라는 ‘본류’보다, 정보의 유통 경로와 ‘찌라시’ 업계 수사만 진도를 빼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경찰 정보관들이 다수의 청와대 문건을 입수해 사진 등 형태로 외부에 퍼뜨린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청와대 행정관 비위 첩보 문건’의 유출 경로를 추적해 이 경찰관들이 언론에 문건을 사진 형태로 제공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청와대 행정관 비위 첩보 등 다수의 문서가 두 군데 언론에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사에 그 문건이 들어간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 경찰 정보관들이 관여된 혐의를 잡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외에 다른 신문사 한 곳에도 청와대 문건이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이날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하고 검찰 조사를 받은 한화그룹 진아무개 차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무상 비밀누출 혐의 사건의 참고인에 그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하지만 이 정보가 그룹 수뇌부에 보고됐고 어떤 방식으로건 유통됐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의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정보맨’들의 정보 유통 과정이 주요 수사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정윤회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과 박 경정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지방국세청장 출신 박아무개씨 등의 처벌 여부는 불투명하다. 명예훼손죄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을 충족시켰을 경우 인정될 수 있는데, 권력 주변부에서 들은 소식을 공직자 감찰을 담당하는 경찰관에게 전달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정윤회 보고서’를 비롯한 다수의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사실은 파악했지만, 이를 제3자에게 전달한 정황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은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제3자한테 누설할 때 성립되는 범죄”라며 “단순히 참고용으로 문서를 가지고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박 경정에게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죄 대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문서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두보고 수준의 내용을 단순히 문서로 정리한 것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는 법리 다툼의 소지가 있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적용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애초 청와대가 스스로 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대신 검찰에 수사를 맡긴 것은 의혹을 털어내라고 주문했던 것”이라며 “누가 봐도 수사의 본류는 정윤회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돼야 할 텐데,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비서관이라는 꼬리를 잘라내는 것도 어려워 먼지만 털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아이유·임영웅으로 수십억 번 상암경기장, 잔디엔 고작 2.5억 1.

아이유·임영웅으로 수십억 번 상암경기장, 잔디엔 고작 2.5억

‘흑백요리사’ 안성재, 일식당 관둔 사연 “이치로가 죽여버리겠다고…” 2.

‘흑백요리사’ 안성재, 일식당 관둔 사연 “이치로가 죽여버리겠다고…”

[단독] 주지가 방장 불신임…‘양대 권력’ 충돌한 해인사에 무슨 일? 3.

[단독] 주지가 방장 불신임…‘양대 권력’ 충돌한 해인사에 무슨 일?

‘비례대표 공천해줄 테니 헌금 내라’ 전광훈 목사 검찰 송치 4.

‘비례대표 공천해줄 테니 헌금 내라’ 전광훈 목사 검찰 송치

‘루게릭병 투병’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별세 5.

‘루게릭병 투병’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별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