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회동 허위 제보가 맞나?
조응천 신빙성 주장 근거는?
조응천 신빙성 주장 근거는?
‘정윤회 국정 개입 보고서’와 관련한 ‘투 트랙’ 수사 가운데 한 갈래인 보고서 내용의 진위에 대해 검찰이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지목된 지방국세청장 출신의 박아무개씨가 명확한 출처를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8일 박 경정, 김춘식 청와대 기획비서관실 행정관과의 3자 대질에서, 정보지 등에서 취득한 내용을 얘기했는데 박 경정이 단정적이고 과장된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임의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런 진술은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제보자-김춘식·안봉근과 친분
‘허위 제보’ 섣불리 단정 못해
검찰, 통화내역 단서 못찾아
대포폰 사용 가능성 조사 검찰은 박 경정이 ‘십상시 모임’ 정보를 입수한 출처가 박씨 한 명이라고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9일 “정윤회씨 모임과 관련한 제보자는 (박씨) 한 명인 것으로 보인다. 100%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제보자가 박 경정에게 말해줬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가 보고서 내용의 근거가 불분명하고, 박 경정에게 그처럼 단정적으로 말한 적도 없다고 진술한다면 보고서 내용의 진위 판명은 ‘허위’ 쪽으로 무게가 쏠리게 된다. 박씨나 박 경정이 ‘십상시 모임’ 첩보의 1차적 출처로 지목했던 김 행정관이 대질에서도 “정윤회씨는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만큼, 진술조사만 놓고 보면 모임의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공산이 크다. 검찰은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서도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의 접촉 여부와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조사에서는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만 ‘대포폰’ 사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대목까지 살펴보고 결론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보자로 지목된 박씨가 김 행정관과 대학(동국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었고, 박 경정도 박씨와 접촉을 유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경우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보고서’에 대해 “찌라시”를 베낀 수준이라고 규정한 상태다. 그런데 <세계일보>를 고소한 비서진 중 한 명이 최초 발설자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보고서 내용을 마냥 ‘찌라시’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여기에 박씨가 역시 고소인들 중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고향(경북 경산)이 같고 아는 사이였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안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박씨와 연락한 적이 없다”지만, 적어도 박씨는 ‘십상시’로 지목되는 인사들 중 두 명을 아는 것이다. 박씨는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등을 지내는 등 국세청 내부에서 유명한 정보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고위 공직자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뛰어난 조사 능력에 다양한 정보를 쥐고 있어 박씨에게서 정보가 나왔다면 일부라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보고서의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말했던 점도 보고서 내용 진위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보고서 내용에 근거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은 물론 근거가 없다는 식의 진술 또한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박 경정이 ‘당시에는 보고서에 쓴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는 진술 태도를 유지하더라도 그와 반대되는 진술이 많다면 박 경정의 주장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 몇 사람이 관련돼 있고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 진실을 호도하는 진술이 나오는 것은 다반사다. 이번 사건에서는 박 경정이나 조 전 비서관 외에는 정씨나 청와대 비서진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이 상반되는 주장들 가운데에서 진실을 발견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허위 제보’ 섣불리 단정 못해
검찰, 통화내역 단서 못찾아
대포폰 사용 가능성 조사 검찰은 박 경정이 ‘십상시 모임’ 정보를 입수한 출처가 박씨 한 명이라고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9일 “정윤회씨 모임과 관련한 제보자는 (박씨) 한 명인 것으로 보인다. 100%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제보자가 박 경정에게 말해줬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가 보고서 내용의 근거가 불분명하고, 박 경정에게 그처럼 단정적으로 말한 적도 없다고 진술한다면 보고서 내용의 진위 판명은 ‘허위’ 쪽으로 무게가 쏠리게 된다. 박씨나 박 경정이 ‘십상시 모임’ 첩보의 1차적 출처로 지목했던 김 행정관이 대질에서도 “정윤회씨는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만큼, 진술조사만 놓고 보면 모임의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공산이 크다. 검찰은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서도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의 접촉 여부와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조사에서는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만 ‘대포폰’ 사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대목까지 살펴보고 결론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보자로 지목된 박씨가 김 행정관과 대학(동국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었고, 박 경정도 박씨와 접촉을 유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경우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보고서’에 대해 “찌라시”를 베낀 수준이라고 규정한 상태다. 그런데 <세계일보>를 고소한 비서진 중 한 명이 최초 발설자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보고서 내용을 마냥 ‘찌라시’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여기에 박씨가 역시 고소인들 중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고향(경북 경산)이 같고 아는 사이였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안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박씨와 연락한 적이 없다”지만, 적어도 박씨는 ‘십상시’로 지목되는 인사들 중 두 명을 아는 것이다. 박씨는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등을 지내는 등 국세청 내부에서 유명한 정보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고위 공직자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뛰어난 조사 능력에 다양한 정보를 쥐고 있어 박씨에게서 정보가 나왔다면 일부라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보고서의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말했던 점도 보고서 내용 진위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보고서 내용에 근거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은 물론 근거가 없다는 식의 진술 또한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박 경정이 ‘당시에는 보고서에 쓴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는 진술 태도를 유지하더라도 그와 반대되는 진술이 많다면 박 경정의 주장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 몇 사람이 관련돼 있고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 진실을 호도하는 진술이 나오는 것은 다반사다. 이번 사건에서는 박 경정이나 조 전 비서관 외에는 정씨나 청와대 비서진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이 상반되는 주장들 가운데에서 진실을 발견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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