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최장집·이정우·박세일 교수
‘민주화시대의 양극화’발표문 미리 공개
참여정부 정책평가 서로 큰 차이 드러내
‘민주화시대의 양극화’발표문 미리 공개
참여정부 정책평가 서로 큰 차이 드러내
“세계화 자체를 양극화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이정우 교수)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자기변화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다.”(박세일 교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주화 이후 정부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다.”(최장집 교수)
오는 29일 열리는 ‘민주화·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대화모임(<한겨레> 21일치 19면)에서 발표될 내용이다. 사회 양극화의 원흉을 전지구적 세계화에 뒤집어 씌워버리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담겨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이정우 경북대 교수,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한결같이 한국적 방식의 세계화 적응 전략을 주문했다. 그 열쇠를 참여정부가 쥐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박종화)는 26일 이런 내용이 담긴 세 교수의 발제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세 교수는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지난 10여년 동안 각 정부의 초기 정책 입안에 큰 영향을 줬다. 이들이 참여하는 대화모임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면서 주최 쪽이 발표문을 미리 공개했다. 발표문에서 세 학자는 참여 정부의 ‘창의적 대안 마련 노력’ 여부에 청진기를 들이댔다. 다만 그 방향에 대해 셋은 미묘하지만 중대한 차이를 드러냈다.
참여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참여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동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의 경제와 정치체질을 고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조세·지출을 통한 (복지국가의) 전통적 재분배보다는 소득의 원천인 부동산·주식 등 자산의 재분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적어도 발표문만 보자면, 이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고 있다.
문민정부에서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냈고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교수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했다. 박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 기술혁신을 이루면서 양극화를 해결한 나라들이 상당수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이들 나라의 공통점으로 △높은 성장률 △경제 개방 △자유경쟁 지향 △사회적 통합과 정치적 안정 등을 꼽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세계화에 성공한 국가들’과 달리 “국가에 의한 경제사회시스템의 자기변화능력이 느리기 때문”에 발생했다.
최 교수의 참여 정부 비판에는 좀 더 날이 서 있다. 최 교수는 현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극히 교조적으로 수용해 극히 과격하게 수행했다”고 평가한다. 그가 보기에 신자유주의 극대화 또는 신자유주의 반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체계 사이에는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경제발전 방향을 추구할 수 있는 광범한 공간이 존재하며 다양한 변형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구체적으로 정부-정당-재벌-노동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사회협약을 제시했다. 그는 “만약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이 지역감정이라는 잘못된 개혁목표 설정이 아니라 사회협약을 내용으로 제안됐다면, 나는 이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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