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정보를 사실 확인도 없이 마구 보도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개인 미디어에 올린 글이나 사진이 사실 확인 과정이나 동의없이 기사화 된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세 사람의 사례부터 차례로 소개하면서 문제점을 짚어 봤습니다.
1. “트윗 내용을 동의없이 기사에 쓰다니, 기자들은 기본 상식도 없나요?”
성우 윤소라씨는 2월6일 일본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땅콩 회항’으로 고통을 겪은 박창진 사무장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윤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러 사람들이 박 사무장을 걱정하는 상황이었고 막상 비행기 안에서 만나 너무 반가웠다”며 “혹시라도 일에 방해가 될까 봐 비행기에서 내릴 때 인사하고 동의를 얻어 사진을 촬영했고 트위터에 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윤씨는 일본에서 인터넷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트위트에 대한 반응을 제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윤씨가 이날 낮 12시6분께 올린 트위트는 불과 3~5시간 사이에 20여 개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됐습니다. ‘50여 일 만에 업무 복귀 박창진 사무장 근황-“수줍은 미소 상냥했다”’라는 제목의 <쿠키뉴스> 기사는 포털 다음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6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사실을 먼저 알고 놀란 지인들이 급히 윤씨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뒤늦게 기사를 쓴 언론사를 확인해보니 △헤럴드POP △시선뉴스 △조선비즈 △티브이데일리 △서울경제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쿠키뉴스 △일요신문 △시사위크 △TV리포트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이었습니다.
윤씨는 “그 많은 언론사 중 단 한 군데도 사전에 양해를 구한 곳이 없어서 정말 놀랐다”고 합니다. 또 “한결같이 트윗 내용을 그대로 캡쳐해 아이디와 사진을 지우고 올린 곳이 수두룩하고 기사 내용도 복사한 듯 똑같았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후 <위키트리>의 한 기자가 급하게 만든 트위터 계정으로 멘션을 보냈습니다. 그 내용은 윤씨를 더 불쾌하게 만들었습니다. “올려두신 박창진 사무장 사진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되어 양해를 구하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 기사 발송 전 연락드렸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기사가 먼저 발송된 점 사과드립니다. 혹 삭제를 원하시거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본 트윗 계정으로 연락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사전 동의도 없이 기사에 도용 기재를 하다니 기본 상식도 없냐”고 해당 기자에게 멘션을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박창진 사무장에게도 미안한 일이 됐습니다. 윤씨는 “박 사무장을 걱정하는 마음에 선의로 시작한 일이지만 저라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서 상의도 없이 여기저기 기사를 낸 꼴이 된 상황이라 부끄럽고 화도 난다”고 했습니다. 윤씨는 “언론사 기자가 속보 작성이라는 책임을 면하려고 기본 윤리나 상식도 모른 척하고 기사를 쓰는 건지 궁금하다”며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 문제 등은 없는지 모르겠고, 과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절대 묵인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2. “사실 확인도 없이, ‘누구든 한순간에 범죄자로 만드는 언론을 경험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12월18일 가수 이효리씨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 70m 위 굴뚝에서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의 복직을 바라며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씨는 “쌍용에서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되었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쌍용차 쪽은 “이효리씨가 티볼리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고 이미 광고 촬영도 끝마쳤다”면서 제안을 거절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월19일 트위터에서 ‘이효리를 춤추게 만들 티볼리, 티볼리, 티볼리’라는 글귀와 휴대전화 번호가 고스란히 적힌 현수막 사진 한 장이 올라 빠르게 공유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가수 이효리씨의 발언만 신차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일부 쌍용차 영업사원을 비판했습니다. 가수 이효리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관련 사진을 함께 올렸습니다.
현수막을 내건 이는 쌍용차 영업사원 임아무개씨였습니다. 임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티볼리 출시 전, 가수 이효리씨가 쌍용차 신차가 많이 팔려서 해고 노동자가 복직되면 춤을 추겠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고 개인적으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수막 광고를 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경향신문 △한국경제TV △아시아투데이 △JTBC TV △아주경제 △미디어오늘 △더팩트 등에서 이효리씨의 트위터 내용과 누리꾼들의 반응을 묶어 쓴 기사를 냈습니다. <한겨레>도 임씨와의 통화 내용을 포함해 ‘이효리 활용해 티볼리 영업하는 쌍용차…누리꾼들 “양심 없다” 분노’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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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사흘 뒤 임씨가 보낸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는 여러 매체에서 쓴 기사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임씨는 이메일에서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전화번호를 모자이크 처리도 안 하고 소설을 써준 한 신문 덕분에 한밤중에 낯선 전화도 받고 해명도 해봤습니다. 문자로 모욕도 당해봤네요. 누군가를 매장시키려면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도 생각났다”며 “다른 기자가 쓴 글을 출처도 안 밝히고 그대로 베껴 쓴 쓰레기 언론도 접해보고, 많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네요. 그나마 <한겨레>와 통화해 말할 수 있었다는 게 커다란 위안이 됐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해왔습니다.
3. “기자들은 남의 불행을 기사화하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 같다”
이 뉴스는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그리운 아들이 생전 쓰던 휴대전화 번호로 등록된 카카오톡에 “아빠가 미안해”, “저녁 먹었니?” 등의 안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사용자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라고 따뜻한 배려를 담아 답신을 보냈습니다. 이런 내용은 1월12일 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같은 날 오전 카카오톡 메시지가 고스란히 캡쳐된 사진이 <인사이트>와 <위키트리> 등을 통해 기사화됐습니다. <한겨레>는 그날 오후 늦게서야 수소문 끝에 아버지인 이아무개씨에게 전화해 아들의 번호를 쓰고 있는 한 시민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관련기사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카톡 문자…“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 )
그런데 통화 당시 이씨는 무척 화가 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일부 언론에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보도되기 전날인) 11일에 아들 생각이 나서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당연히 예상도 못했는데, 답신을 받아서 잠깐 대화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또 “마음 좋은 분이 아이 번호를 쓰게 된 것 같아서 기뻤고 아이 번호를 쓰는 분한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에 올리게 됐는데 이렇게 기사가 날 줄 몰랐다”고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특히 12일 오전 이 내용을 빠르게 보도한 <인사이트>와 <위키트리> 등은 이씨에게 아무런 게재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또 카카오톡 메시지가 캡쳐된 사진에 실린 실명까지 고스란히 노출했습니다. <인사이트>는 애초에 그대로 보도했다가 이씨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실명을 지웠습니다. 이씨는 “제가 지식이 짧아서 모자이크 처리를 못 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일부 언론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캡처하고 기사를 냈다”며 “어머니(학생 할머니)가 아직 손자가 세월호 참사로 떠난 지 몰라서 이 사실을 알면 큰일인데 인터넷에 실명으로 캡처된 화면이 많이 유포되고 있어서 혹시나 갑자기 알게 돼 충격을 받아서 돌아가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또 “기자들은 남의 불행을 기사화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같다”며 “팽목항에 있을 때부터 세월호와 관련해 제대로 보도해야 하는 문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감성 팔이식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더 불신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4.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도배되는 기사는 왜 만들어질까요?
그렇다면 일부 기자들은 왜 사실 확인 과정도 없이 누리꾼이 올린 SNS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다름 아니라 언론사들이 ‘어뷰징 기사’로 광고 수익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어뷰징이란, 언론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반복해서 전송하거나 인기 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최근 누리꾼들이 자주 드나드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다양해지고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가 SNS로 공유되고 역시 SNS에서도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SNS에 회자되는 내용을 기사화하면 화제를 부를 가능성이 큽니다. 별도의 취재 과정 없이 손쉽게 정보를 얻어서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짧은 시간 내 수십 개의 기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된 내용이 기사화되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퍼지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누리집에 접속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언론사 누리집의 트래픽(Traffic)이 증가하게 됩니다. 기사에는 간접 광고가 붙는데 이는 언론사의 수익이 됩니다. 이 때문에 여러 인터넷 매체들이 기사 조회수와 누리집 트래픽 유입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SNS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해 화제가 될 만한 기사를 씁니다. 또 기사 하단에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배치해 검색어를 누르면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가 잘 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빈번해지자 일부 누리꾼들이 언론사에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 규제가 불분명해 그렇다 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정일권 광운대 교수 (미디어영상학부)는 “최근 미확인 정보에 기반을 둔 기사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보도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보도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자의 의무이자 언론사라는 조직의 의무”라며 “사실 확인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경쟁에 쫓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정 교수는 이어 “언론사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 경우는 보도 전 반드시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고 정보 소스로서 인터넷과 SNS 신뢰성을 늘 의심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기자 개개인의 잘못된 관행이라기보다는 현재 언론사가 처한 환경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는 “언론은 속보 경쟁을 포기하고 빠른 정보보다는 심층적이고 신뢰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추구해야 한다”며 “미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쓴 기사가 오보로 판명될 경우 언론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5. SNS에 올린 콘텐츠, ‘저작권’ 문제는 없는 걸까요?
SNS를 통해 올라온 사진이나 글 등을 언론사가 보도용으로 인용한다면 이것은 ‘저작권’ 침해일까요 아닐까요?
2013년 1월, 미국에서는 SNS상에 공유된 사진도 저작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프리랜서 사진작가 다니엘 모렐(Daniel Morel)이 촬영한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 사진을 작가의 동의 없이 보도용으로 쓴 프랑스 통신사 AFP와 이미지 판매 회사인 게티이미지(Gettyimage) 간의 ‘소셜네트워크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미국 뉴욕 법원은 피고인 AFP와 게티이미지에 저작권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AFP는 소셜네트워크의 특성상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재사용을 허락하는 것으로 본다는 트위터 이용약관을 근거로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기도 했지만 패소했습니다. 미 재판부는 트위터 이용약관에서 재사용을 허락한 것은 트위터와 그 제휴 서비스에 한정된 것이지 언론 매체의 재사용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김기태 세명대 교수(미디어창작학과)는 저서인 <저널리즘과 저작권>에서 “SNS 환경은 언제든지 저작권 논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SNS를 통해 유통되는 개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 인식이 낮다는 점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만약 미국과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서 벌어진다면 법적 다툼이 벌어진다 해도 저작인격권으로서의 ‘성명 표시권’과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및 ‘배포권’, ‘공중송신권’ 등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저작권 침해’ 판결이 나왔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작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언론사들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김 교수는 “속보성을 발휘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해당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노력을 거쳐야하고, 속보의 특성상 이용허락을 받기 어려운 경우라 하더라도 최소한 출처의 정확한 명시와 저작자 표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될 수 있도록 단순히 해당 저작물만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해설이나 논평을 적절히 덧붙여 보도 매체의 관여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6.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급격하게 변화된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 맞춰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기기를 통한 정보 이해 능력)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민규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는 “SNS 서비스(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 스토리 등)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각각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사용해야한다”며 “네트워크로 연결된 온라인에서 정보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빠른 전파력과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SNS에 올린 콘텐츠가 짧은 시간 내에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또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미디어 교육과 디지털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