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1박2일 ‘세월호 온전한 인양 결정 촉구 국민도보행진’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5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지하차도 인근을 지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유가족들 영정안고
안산~광화문 1박2일 행진
정부, 시행령 소폭 손질 제안
특위쪽 “정부 무성의”
안산~광화문 1박2일 행진
정부, 시행령 소폭 손질 제안
특위쪽 “정부 무성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1년여 만에 상복을 다시 꺼내 입었다.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있던 아이의 영정도 꺼내들었다. 시민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은 5일 오후 6시께, 비가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 220여명과 시민 4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전 10시30분 안산을 떠나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안산에서 아버지 10명과 어머니 7명은 삭발식을 했다. 앞서 2일에는 52명이 광화문광장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머리를 밀었다. 삭발을 한 고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도대체 정치를 왜 하는 거냐. 아프고 슬픈 국민이 없게 하려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 그런데 우리는 4월16일의 아픔과 고통을 1년씩이나 겪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우리를 이제는 그만 좀 쉬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광명종합장애인복지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유가족과 시민들은 오전 10시 다시 걸음을 떼기에 앞서 ‘희생자들의 형제자매’ 기자회견을 열었다. 1년 전 형과 누나, 언니와 동생을 먼저 보낸 이들 74명은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고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씨는 “그동안 우리 형제자매들은 부모님께 걱정을 끼칠 것 같아 묵묵히 있었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지금 이런 식이라면 이 나라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슴 아파만 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했다.
유가족 도보행진단이 도착하기에 앞서 광화문광장에서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최헌국 향린교회 목사는 “정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장사 지내고 실종자들에게 적당한 보상을 해주면 모두 집으로 돌아갈 줄 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세월호의 아픔 곁에 머물러 있다. 예수께서 죽음과 함께 살아나셨듯이 세월호는 진리와 함께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3일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일부 손질하는 방안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위 관계자는 “정부 쪽 인사가 논란이 되는 기획총괄담당관의 업무 범위를 ‘종합 조정’에서 ‘협의 조정’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 제안대로 문구를 바꾸더라도 특위 위원장의 권한을 무력화시킨 문제점은 그대로 남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안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는데도,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 깊은 불신을 느낀다”고 했다.
권영빈 특위 상임위원은 “정부 시행령안의 입법예고 시한(6일)이 다 됐지만, 시행령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되기 전까지는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 시간이 있는 만큼 정부 시행령안 철회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행령안이 차관회의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과정을 고려할 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오는 14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 내부에선 정부 시행령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특위 차원의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내는 한편, 별정직 조사관을 우선 채용해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명/방준호, 안산/김일우, 허승 오승훈 기자
namfic@hani.co.kr
5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지하차도 인근에 나온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관련 정부 시행령안의 철회를 주장하며 ‘세월호 온전한 인양 결정 촉구 국민도보행진’에 참여한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성원을 보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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