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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포토스토리] 세월호 유가족 416시간 연속 농성

등록 2015-04-07 14:09수정 2015-04-10 08:53

세월호 유가족들이 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유가족들이 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란 개나리 속에 우리 아들이 있고. 아카시아 밑에도 우리 아들이 있고. 벚꽃이

싫어. 이제는 목련도 싫고. 프리지어의 노란색이 영석이가 좋아하는 색깔이야. 영석이는 프리지어 향기가 너무 좋다고 말하곤 했어.”

직장인들이 출근을 서두르던 지난 3일 아침 8시 광화문광장에서 단원고 2학년 7반 오영석군의 엄마 권미화씨는 한참 동안 어깨를 들썩였다. “울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았다. 핸드폰 위로는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핸드폰에 떨어진 눈물을 닦고 다시 아들의 얼굴을 봤다. 사진을 넘기는 엄마의 손은 시커멓게 때가 끼어 있었고 피부는 거칠었다.

광화문 구경을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울고 있는 영석 엄마가 궁금하다는 듯 쳐다봤다. 영석 엄마는 아들의 학생증을 들어보였다. “제 아들이에요. 우리 아들이 작년 수학여행 가다가 죽었어요. 저는 유가족이에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설명했다. 엄마는 필사적이었다. 중국인들은 ‘유가족’이라는 단어를 알아듣고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영석 엄마는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까지 세월호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어 했다.

단원고 2-7반 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3일 아침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아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7반 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3일 아침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아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7반 민우군의 아버지 이종철씨가 3일 오전 밤새 노숙한 비닐 안에서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7반 민우군의 아버지 이종철씨가 3일 오전 밤새 노숙한 비닐 안에서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광화문광장에는 지난 3월30일 이후 세 개의 고립된 섬이 생겼다. 먼저 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46일 동안 단식 농성을 했던 유민이 아빠 김영호씨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 사이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세종대왕 동상에서 광화문 쪽으로 200여m 떨어진 곳에선 영석이 아빠 오병환씨와 같은 반 민우 아빠 이종철씨가 농성을 하고 있다. 또 두 아버지의 농성 장소에서 다시 광화문 방향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선 다른 유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농성을 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바람과 비를 겨우 막을 수 있는 비닐과 얇은 담요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유민이 아버지 김영호씨가 3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민이 아버지 김영호씨가 3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3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로 향했다. 경찰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 이들을 가둔 채 행진을 막았고, 유가족들은 그날 이후 경찰들과 몸싸움을 하던 곳에서 계속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16일까지 ‘416시간 연속 농성’을 할 계획이다.

앞서 2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48명, 팽목항에서 4명, 모두 52명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삭발식을 마칠 무렵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보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삭발을 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하늘에서 흘리는 눈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학년 3반 김시연양의 엄마 윤경희씨는 “시연이가 내 긴 머리 모습을 좋아했다. 어느 날 머리를 짧게 깎고 집에 들어갔는데 시연이가 왜 머리를 짧게 잘랐냐고 뭐라고 하더라. 이제 그런 말을 해줄 딸이 없는데 긴 머리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심경을 얘기했다.

단원고 2-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 강부자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 강부자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6반 신호성군의 아버지 신창식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식을 마친 아내 강부자씨를 보면서 웃고 있다. 신씨는 아내를 보면서 "아내에게 고맙고. 나보다 저 사람이 더 크게 보인다. 역시 엄마는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6반 신호성군의 아버지 신창식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식을 마친 아내 강부자씨를 보면서 웃고 있다. 신씨는 아내를 보면서 "아내에게 고맙고. 나보다 저 사람이 더 크게 보인다. 역시 엄마는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일 저녁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비닐 한 장에 의지하고 있는 김영호씨는 바람에 거세게 흔들리는 비닐을 잡고 버텼다. 우산과 막대기를 버팀목으로 사용하고 모퉁이를 들어 깔판에 물이 들어오지 않게 막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쪽 차양막 아래에서 2학년 5반 준영군의 아빠 오홍진 씨와 엄마 임영예씨가 퍼붓는 비를 맞으며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천막 안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부부는 간담회에 참석을 하느라 삭발을 하지 못했다. “삭발을 한 부모님들과 천막 안에서 같이 먹기가 미안해요”

유민이 아버지 김영호씨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비닐에 기둥을 세우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민이 아버지 김영호씨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비닐에 기둥을 세우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5반 오준영군의 아버지 오홍진씨와 어머니 임영예씨가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저녁밥을 먹고 있다. 삭발을 한 유가족들에게 미안해 천막에서 같이 밥을 먹지 않고 밖에서 먹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5반 오준영군의 아버지 오홍진씨와 어머니 임영예씨가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저녁밥을 먹고 있다. 삭발을 한 유가족들에게 미안해 천막에서 같이 밥을 먹지 않고 밖에서 먹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일 새벽, 밤새 내린 비와 강풍 탓에 평소보다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동이 터오면서 파랗게 변하는 하늘이 더 춥게 느껴진다. 유가족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 비닐에는 체온으로 인해 습기가 잔뜩 서려있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난 유가족들은 밤새 내린 비로 생긴 습기를 말리기 위해 깔판과 비닐을 폈다. 1시간 넘게 광장에 앉아 있자, 봄인데도 한기가 밀려왔다. 하지만 ‘진상 규명 봉쇄하고 청와대 비호하려는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은 유가족들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출근하는 한 사람이라도 더 보게 하기 위해서다.

단원고 2-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 강부자씨가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이동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 강부자씨가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이동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농성장에서 만난 가족들의 뜻은 한결 같았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온전한 선체 인양, 진상 규명’이었다. 김영오씨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뜻해요. 시행령이 폐기되고 해상사고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그만 하라’라는 말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가슴 아픈 소리입니다. 그냥 힘내세요 한마디만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봄이 오고 꽃이 들과 산에 흐드러지게 핀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복장은 아직도 겨울에 머물러 있다. 옷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직 녹지 못하고 있다.

단원고 2-7반 영석군의 아버지 오병환씨가 3일 아침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단원고 2-7반 영석군의 아버지 오병환씨가 3일 아침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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