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꼭 이맘때 수학여행을 앞두고 왁자지껄했을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을 지난 7일 찾았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던 교실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책상과 꽃바구니만 덩그러니 놓인 채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사진 김기성 기자
세월호 참사 1년 단원고 교실
책상 위엔 꽃바구니·추모메시지…
정문엔 “잊지 않겠습니다” 쓸쓸
책상 위엔 꽃바구니·추모메시지…
정문엔 “잊지 않겠습니다” 쓸쓸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꽃 같던 아이들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니….”
지난 7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고 정문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하며 애통해했다. 1년 전 이맘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그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공부하던 2학년 교실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들과 아픔을 나눠온 한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다.
2학년 교실은 지난해 4월에서 시간이 멈춘 듯했다. 교실 책상마다 엄마, 아빠, 동생, 친구, 선후배가 써 놓고 간 추모 메시지와 초콜릿, 사탕, 꽃바구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주인을 잃은 ‘슬픈 교실’엔 정적만 감돌았다. 동행한 자원봉사자는 “아이들이 제 책상에 놓인 꽃을 들고 웃으며 하늘로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 말 없이 예쁘게 웃고 있는 한 희생 학생의 사진 앞에 놓인 ‘우리 딸 사랑한다. 제발 돌아와다오’라고 쓴 아빠의 편지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듯했다. 슬픔이 밴 교탁 위에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선생님에게 누군가 ‘나도 알아요. 심장이 아픈 것. 우리도 맨날 기도할게요. 사랑해요’라고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생존한 아이들이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해 써놓은 편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편지에는 “○○아 잘 있어? 지금껏 어느 정도 버틸 만했는데… 지금은 너무 힘들고 보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생존 학생들은 친구와 앉아 공부하던 교실을 남몰래 찾아 편지를 쓰거나 우두커니 앉아 있다 가곤 한다고 한다.
아직도 실종 상태인 한 학생의 책상 위에는 ‘너 진짜 계속 결석할 거니? 제발…’이라고 쓰인 쪽지가 1년 가까이 붙어 있다.
주인 잃은 교실이지만, 여전히 1주일에 한두 번씩 청소가 이뤄진다. 가슴에 자식을 묻은 부모들이 교실에 남아 있을 자식들의 온기와 체취를 느끼기 위해 청소를 한다. 아직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아니 떠나보낼 수 없는 엄마 아빠들은 주말마다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듯 책상을 쓰다듬고 아이가 쓰던 공책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1년 전 수학여행에 들뜬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왁자했을 2학년 교실은 이렇게 텅 빈 채 침묵의 늪에 갇혀 있었다.
교실 밖 운동장엔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벚꽃이 만발했다. 지난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은 이 벚꽃 그늘 아래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날 팝콘처럼 터진 꽃잎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듯했다. 학교 정문에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단원고 학생과 교직원, 총동문회가 설치한 것이다. 안산시내 곳곳에는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지금은 밝혀졌나요”라고 쓰인 노란 펼침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지난해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2학년 325명 가운데 75명만 살아 돌아왔다. 3학년이 된 생존 학생 75명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학생 13명은 다른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안산/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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