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③ 상처와 슬픔] 실종자 9명 가족 ‘애타는 1년’
세월호 참사 1년, 남은 실종자 9명의 모습.
몸 부서져 수차례 쓰러져도
‘세월호 인양’ 피켓 놓지 않아 교사 남편 잃은 부인의 시간은
1년 전 4월16일에 멈춰있고
동생 잃은 형은 아직 진도에 “얼마나 아프고 무서울까요
우리 은화가 울고 있네요”
안산엔 실종자 펼침막 나부껴 다윤이의 언니 허서윤(19)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 걸까.’ 언니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다윤이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외아들이던 단원고 2학년 6반 남현철군의 아버지 남경원(46)씨와 어머니는 팽목항에서 아들을 기다리다가 건강이 나빠졌다. 아버지는 지병이 도져 목포와 진도를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했고, 어머니도 몸이 약해져 몇차례 쓰러지기도 했다. 남씨는 매일 일기를 쓰며 아들을 기억하고 슬픔을 기록하고 있다. 2학년 6반 박영인군의 아버지 박정순(47)씨도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아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수색이 중단된 뒤 실종 학생 부모들은 모두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단원고 고창석(40) 교사의 부인 민동임(36)씨는 두 아이를 보살피며, 수학여행을 떠난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수색 중단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실종자 가족 기자회견문을 눈물과 함께 읽어내려가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양승진(57) 교사의 부인 유백형(54)씨는 지난 1년 동안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남편과의 연애 시절 사진을 꺼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유씨는 “한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정 많고 따뜻한 사람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저렇게 바닷속에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으냐. 뼈라도 찾아서 양지바른 곳에 모시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1월11일 세월호 선체 수색이 중단되면서, 팽목항을 지키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곳을 떠났다. 하지만 권오복(61)씨는 실종 상태인 동생 재근(52)씨와 조카 혁규(6)군을 아직도 팽목항에서 기다리고 있다. 재근씨는 서울에서 공장일을 하며 힘들게 돈을 모아 제주도에 땅을 샀고, 아내(29)와 아들, 딸(5)과 함께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이었다. 막내딸만 구조됐고, 아내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영숙(51)씨의 아들(30)은 지금 제주도에서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와 아들은 각각 제주도와 부산에서 일을 하며 살았는데, 올해부터 함께 제주도에서 살기로 했었다. 이씨는 아들과 살 집에 이삿짐을 옮겨 놓으려고 세월호를 탔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얼마나 아프고 무서울까요. 은화 울고 있네요. 세월호 속에서 꺼내달라고.’(2학년 1반 조은화 엄마 아빠), ‘마지막이라도 딱 한번만 안아봤으면…. 영인아 보고 싶다. 사랑한다.’(2학년 6반 박영인 엄마 아빠)…. 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주변에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내건 펼침막이 붙어 있다. 안산 진도/김일우 안관옥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세월호 참사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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