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수부 시행령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부 시행령안 수정안도 논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유가족이 폐기를 요구해온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 정부가 29일 수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사무처 조직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는 법조항(18조2항)을 무시한 것인데다, 특조위의 주요 업무에 대한 협의·조정도 그대로 공무원들이 맡게 하는 내용이어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조위와 세월호 유족들은 정부안을 폐기하고 특조위 시행령안을 받아들이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날 해양수산부 김영석 차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이 시행된 뒤 넉달이 지나 특조위 구성이 시급하다. 수정안을 마련해 시행령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그동안 정부와 특조위·유가족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사항 가운데 7가지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발표한 수정안을 보면, 애초 안에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돼 있던 조사 범위를 추가적인 조사도 가능하다는 뜻을 담아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이라는 항목과 ‘조사’라는 항목으로 나눠 규정했다. 특조위의 정원은 애초 90명으로 출범하고 120명으로 확대할 수 있게 돼 있었으나, 수정안에서는 90명으로 출범한 뒤 시행 6개월 뒤에 자동으로 120명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특조위의 파견 공무원 수는 42명에서 36명으로 줄이고 그만큼 민간인을 늘리는 쪽으로 바꿨다.
특조위의 주요 업무에 대한 기획·조정 권한을 가진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은 직위의 이름을 행정지원실장과 기획행정담당관으로, 업무도 ‘기획 및 조정’에서 ‘협의 및 조정’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애초 해수부 공무원들이 맡게 돼 있던 실장과 담당관을 역시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의 공무원들이 계속 맡게 함으로써 특조위의 핵심 업무를 공무원이 장악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해수부는 법제처 심사를 마친 뒤 30일 차관회의, 5월4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을 제정·공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조위와 유가족들은 이 시행령 수정안을 즉각 거부했다. 27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중인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해수부 수정안은 입법예고안과 큰 틀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특조위가 2월17일 제출한 자체 시행령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조위 쪽은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특조위 모든 활동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이라며 “특조위 독립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기조실장 역할은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정원을 90명에서 시작해 6개월 뒤에 120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시행령 개정 없이 해준다는 것으로 생색내기의 전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정부는 그동안 유가족과 특조위의 의견을 수렴하는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다. 이 수정안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30일 열리는 차관회의 때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세종/김규원, 안산/김기성, 김규남 기자 che@hani.co.kr
세월호 시행령 입법예고안과 수정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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