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연금→노인 빈곤→재정확대 부메랑
연금깎기 경쟁, 제도 지속 가능성 해쳐”
유희원 박사 “국내 국민연금 논의는
지나치게 지출 축소에 쏠려있어”
연금깎기 경쟁, 제도 지속 가능성 해쳐”
유희원 박사 “국내 국민연금 논의는
지나치게 지출 축소에 쏠려있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지출 축소에 초점을 맞춘 재정안정화에 못지않게 적정 노후소득의 보장도 중요하다는 학계 지적이 나왔다. 지나치게 낮은 연금액은 노인빈곤의 확대로 이어져, 결국 정부의 복지지출을 늘려야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여야가 함께 내놓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가입자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상향과 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은 적정 노후소득 보장 조처에 속한다.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민연금 50%, 그 진실은?’ 설명회에서 유희원 박사(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강사)는 각 나라의 연금개혁 사례를 들어 한국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이 지나치게 ‘지출 축소’에만 쏠려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한국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손봤다. 1998년 1차 국민연금 개편 때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기존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수급 연령도 60살에서 65살로 늦췄다. 2007년 2차 개편 때는 소득대체율을 다시 20%포인트 깎아 ‘용돈연금’ 논쟁을 촉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같은 기간 3%에서 9%로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듯 연금 지출을 줄여 재정안정화를 꾀하는 방식은 결국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기에 공적연금 제도의 존립 이유를 훼손하기 쉽다는 것이 유 박사의 지적이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 등 재원이 감소하는 것은 인구 고령화나 실업 문제가 주된 원인인데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연금 깎기 경쟁’만 하다 보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높여 되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적정 노후소득 보장의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7년 개편 때도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리는 대신 부족한 연금액을 보충한다며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기초연금으로 모습을 바꿨다.
과거 국민연금 개편을 통한 소득대체율 하향 조정과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은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12.8%)보다 많이 높다.
유 박사는 공적연금 역사가 오래된 20개 나라 사례를 제시하며,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금개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득대체율이 낮아진 곳이 대세는 아니었다고 짚었다. 1990년대부터 장기적인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비교복지권리데이터세트(CWED)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독일·스페인 등 애초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6개 나라만이 소득대체율이 낮아졌다. 그래도 독일과 스페인은 여전히 소득대체율이 각각 63%, 94% 수준이다. 같은 자료에서 한국은 22% 수준이다.
‘지출 축소’ 대신 ‘수입 증대’ 방식을 택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유 박사는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9%)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9.6%)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은 편이라 보험료를 올리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노동 기간을 연장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여성 고용 확대나 실업 감소 등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노인 빈곤율
이슈국민연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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