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5살 이상 고령층이 받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 및 개인연금 등 전체 연금 수령액이 2021년 기준 월평균 6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고령층이 가입한 공적·사적 모든 연금의 수급액 통계(개별 및 합산)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최소 생활비에 훨씬 못 미치는 연금 수급 실태가 사실로 확인되며 노후소득보장 체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26일 국민연금·기초연금·장애인연금·직역연금(공무원·사학·군인·우체국직원연금) 등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농지연금 등 사적 연금까지 총 11종의 연금 정보를 포함한 ‘포괄적 연금통계’를 공개했다. 정부 행정자료와 국세청 과세정보 등을 이용해 공·사적 연금을 포괄하는 연금 가입 및 수급 실태 통계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65살 이상 어르신 862만명 중 연금을 1개 이상 받는 수급자는 776만8천명으로 수급자 비율이 90.1%였다. 그러나 연금 수급자가 받는 1명당 월평균 연금액은 60만원에 불과했다. 5년 전보다 17만7천원 늘었으나 여전히 최저생계비(1인 가구 기준 올해 124만6735원)의 절반 수준이다. 가구 단위로 확대해도 연금 받는 이가 있는 586만6천가구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가구당 77만1천원에 그쳤다.
매달 받는 연금이 25만~50만원인 수급자가 전체 고령층 연금 수급자의 43.3%에 이르렀다. 24.7%는 50만~100만원, 21.1%는 25만원 미만을 수령했다. 10명 중 9명은 월 연금 수급액이 100만원을 밑돈다는 얘기다. 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노인도 85만2천명에 이른다. 연금을 들지 않은 고소득층도 있겠지만, 저소득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의 사각지대 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든 연금을 그러모아도 수급액이 이처럼 적은 건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연금의 보장이 미흡하고, 사적 연금 수급자도 적어서다. 65살 이상 연금 수급자의 76.4%(중복 수급자 포함)는 기초연금(장애인연금 포함)을, 51.1%는 국민연금을 받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각각 27만3천원, 38만5천원에 불과했다. 월평균 수급액이 각각 100만원 이상인 퇴직·주택·농지연금 중에 하나라도 가입한 수급자는 전체 연금 수급자의 1.2%에 그쳤다.
자산 수준별 연금액 격차도 컸다. 65살 이상 연금 수급자의 32.3%(251만2천명)는 지난해 기준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인데, 이들이 받는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약 53만2천~77만5천원으로,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소유자(155만3천원)에 견줘 크게 못 미쳤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개별 연금들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통계가 처음 선보여 향후 연금개혁 논의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평균의 착시’에 주의하고, 또 소득 계층별 연금액 통계를 추가로 제시해야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정책 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르신 연금 수급자의 월 수급액 중위값은 38만2천원으로 평균 수급액(60만원)을 크게 밑돌았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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