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민연금공단(연금공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에 대한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을 밝혔다.
김태현 연금공단 이사장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판결이 나면 이재용 회장, 문형표 전 장관, 홍완선 전 본부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5년 9월 자신에게 유리한 비율로 두 회사를 합병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 가치는 띄워,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했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각각 복지부와 연금공단 임직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문형표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홍 전 본부장에게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은 큰 손실을 보았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국민연금의 손실액이 2763억원에 달한다”며 “박근혜 정부와 이재용 회장의 국정농단에 의해 국민 노후자금이 날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여러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헤지펀드 엘리엇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손실을 보았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일부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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