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한국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중재 2일 차 심리에서 한국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린저’의 변호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를 통해 한국 정부로부터 약 1300억원을 받아내게 되면서 엘리엇과 같은 논리로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1심 판결에선 국내 투자자들이 대부분 패소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단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봤다며 4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패소했고, 지난 16일 2심 재판부도 일성신약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도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주당 1만원 이상 낮은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는데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하는 등 위법하게 개입했으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의 행위와 주주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주주들이 항소해 서울고법이 2심을 심리 중이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소송도 여럿이다. 2020년 삼성물산 주주 32명이 삼성물산에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고, 2021년 삼성물산 주주 19명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2억여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조계에선 아이에스디에스 판정이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ISDS, 넌 누구냐’를 쓴 노주희 변호사는 “국내 주주들은 국내법에 의해 판단을 받는데 엘리엇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위반 여부에 따라 판단 받기 때문에 경기장, 심판대가 달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국외 투자자를 과잉보호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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