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에서 한국 정부가 약 130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엘리엇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법무부는 20일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관련 중재 판정부는 엘리엇 쪽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9만 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 지급을 명했다”고 밝혔다. 엘리엇 청구금액 7억7천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가 인용된 액수다.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법률 비용으로 정부는 엘리엇에 2890만달러(약 372억5천만원)를, 엘리엇은 정부에게 345만달러(약 44억 5000만원)를 각각 지급하게 된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에 따라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로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청구액은 7억7천만달러(약 9917억원·달러당 1287원 기준), 근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었다. 합병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쥐고 있었고 합병에 반대했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해 합병이 성사됐는데, 당시 합병비율은 1대 0.35로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엘리엇과 한국 정부는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2018년 11월, 양쪽 합의로 중재 판정부를 구성했다. △2019년 4월~2020년 11월 서면 심리 △2021년 11월 구술 심리 △2022년 4~5월 심리 후 추가서면 등을 거쳐 5년 만에 판정이 나왔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는 재판과 달리 상소제도가 없어 1심 판정으로 확정된다.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지만 취소 사유가 제한적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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