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20@hani.co.kr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ISDS)이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긴 소송을 마친 한국 정부는 우선 한숨을 돌렸지만, 앞으로 대응해야 할 국제투자분쟁 사건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국제 투자가 더 활발해지면 관련 소송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국제투자분쟁은 모두 10건이다. 이 중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4건은 종료됐고,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 △중국 투자자 △부산 재개발 투자자 △디야니 가문 등 6건은 진행 중이다.
국제투자분쟁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조처(법령이나 정책)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투자 유치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차별 대우로 생겨날 손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기업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제투자분쟁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지난 2018년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7억7천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엘리엇 사건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곧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약 2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는 2018년 10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부당하게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발행해 손해를 입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며 약 1억9천만달러 규모의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개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도 있다. 2020년 중국 투자자가 우리은행의 위법한 담보권 실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약 1억5천달러를, 지난해 또 다른 외국인 투자자가 부산시 재개발 사업 토지 수용으로 인한 피해 약 537만달러를 배상하라며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 10월 이란 디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의 배상금 지급 지연 문제 등을 지적하며 두번째 소송을 냈다. 디야니 가문은 앞서 2015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935억원의 국제중재 소송을 냈고, 중재판정부는 730억원 상당을 디야니 쪽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는 대이란 제재 등 제한으로 배상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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