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ISDS)를 담당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누리집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얽어맸던 고리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조처(법령이나 정책)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투자 유치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차별 대우로 생겨날 손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아이에스디에스 분쟁을 중재하는 대표 기관은 세계은행(IBRD) 산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이다. 유엔 산하 위원회인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도 아이에스디에스 분쟁 중재 기구로 꼽힌다. 론스타 사건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서 맡았다. 중재 요청이 제기되면 분쟁해결센터는 중재 재판부를 구성한다. 중재 재판부는 분쟁 당사자 양쪽에서 추천한 각 1명과 양쪽 합의에 따라 뽑은 위원장 등 3인으로 짜인다. 위원장 선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분쟁해결센터 사무총장이 선임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아이에스디에스 분쟁 조정(소송)을 제기할 당시 꺼내 든 사유는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킨 탓에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었다. 론스타의 소 제기에 따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이듬해 5월 중재 재판부를 구성해 심리 절차를 진행해 왔다.
아이에스디에스 조항은 우리나라가 외국과 체결한 대부분의 자유무역협정과 투자보장협정에 도입돼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분쟁 조정은 모두 10건에 이른다. 론스타 사건은 그 중 첫 번째 사례다.
우리나라는 1964년 독일과 투자협정(BIT)을 맺을 때부터 아이에스디에스 소송 제기 가능 국가가 됐지만, 론스타 사건 이전까지는 실제 소 제기로 이어진 예가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2012년 3월) 뒤 분쟁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일찍부터 많이 제기됐음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 상대 소송 10건 중 론스타 사건을 포함한 4건은 종료됐고, 6건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을 상대로 제기한 경우도 있어 8건(법무부 파악 기준)에 이른다.
국내에선 아이에스디에스 대응 초기엔 사건마다 주무 부처와 대응 체계가 달라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2018년 이후 제기된 사건의 주무 부처를 법무부로 일원화하고, 2019년 4월 국제투자분쟁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법무부에 설치했다. 2020년 8월엔 법무부 법무실 산하에 국제분쟁대응과를 신설했다. 국제분쟁대응과는 아이에스디에스 대응 및 예방 실무를 전담하는 상설조직으로, 일부 소송 건은 정부대리 로펌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