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정부 정책기금 활용 눈독

등록 2015-05-11 20:33수정 2015-05-12 17:57

[노후보장, 연금을 연금답게 ②]
정부가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에 반대하며 적극 활용한 ‘기금 고갈의 공포’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 편승해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를 계속 불려왔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성에 일정한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기금 적립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의 적립금은 되레 국가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연금 전문가의 지적도 많다.

11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현황’ 자료를 보니, 올해 2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482조원까지 불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연금 가입자한테 걷은 보험료를 오랜 기간 쌓아놓은 뒤 이를 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나라도 많지 않지만, 국내총생산 대비 30%가 넘는 공적연금 기금을 보유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 482조
국내총생산의 약 35% 규모에 해당

역대 정부 국민연금 활용 만지작
박근혜 정부선 기초연금 투입 검토

박근혜 정부선 기초연금에 활용론
역대 정부 국민연금 활용 만지작

전문가 “지나치게 많은 기금 적립은
환율변동·경제위기때 피해 키울수도”

국민연금 기금의 덩치가 커지며 생기는 간접적 이득이 있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조성된 국민연금 기금 580조원 가운데 212조원(37%)은 국내외 주식시장 등에 기금을 투자해 얻은 운용수익금이다.(2014년 12월말 기준) 수익이 는 만큼 국민연금의 곳간은 넉넉해지고 특히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

‘거대 기금’의 그늘도 뚜렷하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99.8%를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금융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54.7%는 국내 채권인데 주로 정부나 공사 등이 발행한 국공채다. 언젠가는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공채도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국민연금의 높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18.5%)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 나온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는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적립한 기금의 20%(2월말까지는 18.5%)를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월 현재 6.8%에서 2025년이면 9% 이상으로 커진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몸집을 불릴수록 시장 왜곡의 가능성도 커진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연금 급여를 충당하려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하려 할 때 주가 급락이 빚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연금을 지급해야 할 때 현금자산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주식이 주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연금 기금이 정부와 자본에 유리한 쪽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민연금 기금의 역할이 커질수록 금융 등 경제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를 활용해 국민연금 기금 적립을 강조하는 데에는 ‘숨은 목적’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역대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을 ‘정책기금’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통령 공약인 기초연금 시행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대다수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을 대통령 공약사업 등에 쓰려는 시도는 연금 기금 운용의 애초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의 규모는 2043년 2561조원까지 치솟은 뒤 점차 감소한다. 482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으로 인해 빚어지는 금융시장 왜곡이나 기금 유동성의 악화 등 우려는 2043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장의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을 막겠다며 기금 고갈 공포를 말하지만, 거대 기금 운용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론적으로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 그 운용수익으로 연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환율 변동이나 경제위기에 따른 자산가치의 폭락 가능성 등 위험 변수가 많다”며 “기금을 무조건 많이 쌓아 공적연금의 재원을 조달하려는 발상은 매우 무책임한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1.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영상] ‘윤 대통령 거부권’에 지친 시민들의 촛불…“광장 민심 외면 말라” 2.

[영상] ‘윤 대통령 거부권’에 지친 시민들의 촛불…“광장 민심 외면 말라”

12월 첫날 큰 추위 없고 종일 구름…제주·중부 서해안엔 비 3.

12월 첫날 큰 추위 없고 종일 구름…제주·중부 서해안엔 비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4.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오세훈, 동덕여대 시위에 “기물 파손, 법 위반”…서울시장이 왜? 5.

오세훈, 동덕여대 시위에 “기물 파손, 법 위반”…서울시장이 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