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 사진을 놓고 정보당국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잠수함에서 수중발사 실험을 한 것인지, 수중 바지선을 통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다. 처음 보도한 <노동신문>의 사진에 없던 발사현장의 선박이 나중의 <조선중앙TV> 보도 동영상에서 드러났다.
정보가 핵심인 군사분야에선 사진과 같은 증거를 놓고 상대 전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임진왜란에서 유달산 노적봉이나 오산 세마대 이야기처럼 위장과 기만은 오래된 정보전의 전술이다. 디지털 환경은 사이버 공간을 새로운 전장으로 확대했고, 정보전에도 새로운 모습을 추가했다.
2008년 7월9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사진을 그대로 실은 뉴욕타임스
2008년 7월9일 이란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사진을 공개했다. <아에프페(AFP)>통신은 이란혁명수비대의 홍보기관인 <세파뉴스>에서 사진을 제공받아 배포했고, <뉴욕타임스>, <비비시(BBC)> 등 세계 주요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4기의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 성공한 모습이 사진에 실려 있지만, 조작된 사진임이 밝혀졌다. 3기만 발사 성공했고, 1기는 미사일과 발사 화염을 각각 ‘포토숍’으로 조작한 것이 확인됐다. 복사해 따붙이기(copy and paste)가 명확한 허술한 ‘포샵’이지만, 당시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공개하는 무기실험 사진과 그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이해와 주의가 부족했다.
2013년 2월14일 국방부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이에 대한 대응조처를 내놓았다.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순항·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며 함상 발사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촬영 시점에 대한 언론 질의에 당시 국방부는 ″미사일 사진 촬영시점은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이튿날 <한겨레>는 사진은 4년 전인 2009년 5월22일 찍은 것이라고 보도했고, 국방부쪽은 “어떻게 우리가 비공개한 내용을 알아냈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 경위는 지극히 단순했다.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 파일에는 촬영 시점을 비롯해 다양한 촬영 정보가 들어 있어 손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2013년 2월14일 국방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처로 공개한 사진. 국방부는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순항·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며 함상 발사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촬영 시점을 밝히기는 거부했다. 하지만 촬영 시점은 함께 제공한 촬영정보에 들어 있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주창한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일찍이 1962년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펴내,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전자매체의 등장으로 ‘구텐베르크 은하’로 상징되는 문자중심 문화의 종언을 선언했다. 디지털 시대는 문자보다 사진 등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전문장비로 고해상도 사진이나 고화질 동영상을 만들어도 전송비용이 비싸 드물게 유통되던 시대가 더이상 아니다. 누구나 디지털 이미지를 향유하고, 편리해진 도구를 이용해 직접 만들고 유통시킨다.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 바우하우스 교수를 지내며 현대 사진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라슬로 모호이너지(Laszlo Moholy-Nagy)는 일찍이 1930년대에 “미래엔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못 읽는 자가 문맹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일상에서 지배적이면서 의존성이 높은 기술은 그 활용능력 보유 여부가 커다란 격차로 이어진다. 과거에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아는 능력이 핵심적이어서 문맹 탈출이 우선되는 교육의 목표였지만, 정보화 시대의 문해력은 이미지가 지배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이다. 초기에 ‘포토숍’은 주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도구였지만, 이제는 문서작성기처럼 보편적인 도구가 됐다. 누구나 ‘포샵’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디지털 이미지가 포토숍을 통해 손쉽고 다양하게 재창작된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디지털 사진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말고도 촬영위치의 위·경도값, 촬영시점, 렌즈 정보 등 다양한 메타데이터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상식이 되고 있다.
‘구텐베르크 은하’에서 제도교육을 마친 세대는 ‘디지털 은하’에서 새로이 배우지 않으면 살면서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디지털 이미지 문해력도 그 하나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