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최초로 시도해봅니다. 기자 둘이 함께 설명드립니다. 친절 두배, 정보 두배, 고료는 반띵(실제는 없음!) 임인택(오른쪽)·음성원 기자입니다. 이지은 팀장과 함께 서울시, 25개 자치구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이달 29~31일 서울 중랑구 중랑천에서 개최되는 ‘2015년 서울장미축제’의 비공식 홍보대사도 자처하고 있습니다. 축제는 중랑구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합니다. 이렇듯 시구가 협업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서울이 온전한 ‘서울’이 되기 어렵습니다.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개발 방안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민관 합쳐 8조~9조원(토지비 제외)을 들여 국제 컨벤션·문화·스포츠·여가 시설 따위를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조성하겠다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2014년 5월 관련 보고서를 강남구에 보낸 바 있습니다.
(그때 시청팀에 없었던 임 기자: “강남구는 그럼 1년째 항의하는 거야? 정말 절실한가 본데.” / 그때도 있던 음 기자: “하하, 부족한 게 제일 적은 강남구에 또 혜택을 주느냐고 기자들이 시에 항의했었어요, 그땐.”)
실제 신연희 구청장이 ‘분기탱천’한 시점은 돈과 사업이 본격 가시화된 지난달부터입니다. 공공기여 금액이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서울시는 법상 이 돈이 사용될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확정하려던 때입니다.
‘공공기여’가 궁금하실 겁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9월 사들인 한국전력 터(강남구)에 115층 빌딩을 짓기 위해선 용도지역 변경 따위 혜택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상업지역이 되면 자산가치가 크게 뛸 수밖에 없어서 개발이익 일부를 해당 개발권역(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공공기여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강동승합차고지 터에 들어설 복합시설물 사업자는 시설물 내 체육시설, 창업지원센터 따위로 ‘공공기여’를 하기로 했습니다. 시와 강동구가 요구한 것입니다.
강남구는 강남구에서 발생한 공공기여를 강남구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울시 계획대로 잠실종합운동장이 위치한 송파구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강남구에 시급히 손봐야 할 기반시설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강남구와 송파구를 올림픽대로·탄천도로 등 지하화해 잇고 일대를 통합개발할 때의 이익이 1+1=2 대신 1+1=3으로 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입니다. 별도로, 개발계획과 함께 한전 터 일대 공시지가도 이미 오르고 있습니다.
(음 기자: “음….” / 임 기자: “무슨 반응…임?”)
사실 이번 사업 방향은 향후 유사 사례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발이 가능한 곳은 강남의 일부 지역으로 한정되고 있습니다. 강북 지역에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보니 기본적 인프라가 개선될 여지가 점점 줄고, 이미 상당수 인프라가 깔려 있는 강남에서는 개발로 또다시 공원·도로가 추가되는 등 중복 투자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공공기여금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가 좀 넓어져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생각입니다. 현재 공공기여금은 개발이 이뤄지는 지구단위계획 구역이나 자치구 테두리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도 최근 공공기여 제도의 공공성이 약화됐다며 논문을 통해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공원·도로 외에 더 필요한 공공시설을 짓거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활용지역을 확대하는 두 가지 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여 사용 계획을 막기 위해 강남구 주민자치위원장들이 주축이 된 ‘범구민 비대위’는 “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왜 우리만 늘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제가 조금 잘못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개발은 ‘강남 발전 계획’이지, 서울시 균형발전 사업이라 이르기 어지간히 민망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강남구가 ‘강남시’라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그 가정 아래서도 2조원을 모두 ‘강남시’에만 투입하는 게 타당한지 서울 사람이나 한국인들은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음 기자: “강남구가 서울시 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애초 기획하고, 공무원들한테 서명 목표 할당한 건 안 쓰려고요? 서울시청 점거했던 반대시위도 구에서 논의한 거 아닌가요? ”/ 임 기자: “3일 연속 썼다. 더 안 쓰고 싶다. 격렬히… 더 안 쓰고 싶다.”)
더 쓸 일 없도록, 얼른 강남구와 서울시가 주최·후원하는 꽃축제 하나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임인택 음성원 사회2부 수도권팀 기자 imit@hani.co.kr, esw@hani.co.kr
임인택 음성원 사회2부 수도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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