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한 격리병상에서 한 의료인이 방호복과 엔95마스크 등을 착용한 채 환자를 돌본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의료원 제공
메르스 비상
감염경로 여전히 미궁 속
정부 “CCTV밖 동선 겹쳤을수도”
전문가 “지역사회 감염 배제못해”
감염경로 여전히 미궁 속
정부 “CCTV밖 동선 겹쳤을수도”
전문가 “지역사회 감염 배제못해”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경찰관(35·119번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보건당국은 애초 52번 환자(54·여)가 거쳐간 평택 박애병원에서 옮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 환자가 경찰관보다 늦게 병원을 찾은 사실이 새로 드러나서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여전히 ‘병원 내 감염’만 염두에 둘 뿐 ‘지역사회 감염(병원 밖 감염)’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119번 환자가 지난달 31일 밤 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한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관인 이 환자는 지난달 31일 밤 옻닭을 먹은 뒤 발열과 근육통, 소화불량을 호소하며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박애병원 폐회로텔레비전(CCTV) 확인 결과, 경찰관은 31일 밤 11시34분에 병원을 나갔고 52번 환자는 그로부터 17분 뒤인 밤 11시51분에 병원에 들어섰다. 두 환자 모두 다른 공간에 머물지 않고 응급실에서만 진료를 받은 걸로 봐 서로 접촉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박애병원 관계자도 “나중에 온 환자가 먼저 온 환자를 감염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시시티브이가 출입구에만 설치됐기 때문에 병원에 언제까지 머물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병원에 접수하거나 대기하는 도중 동선이 겹칠 수 있어 추가로 면접·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하다 보면 감염 경로를 끝까지 못 찾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사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전파한 사람이 쉽게 드러나지 않다 보니 가장 확률이 높은 병원 감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사회 감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관은 직업상 여러 곳을 다녀갔을 가능성이 커 다른 장소에서 메르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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