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철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겹친 14일 오전 빈 의자가 즐비한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몇몇 학생이 책을 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삼성서울’ 직원이 수강 알려져
중앙대 법학관 폐쇄했다 오늘 풀 예정
성대선 강사가 격리대상 밝혀져
학생들 “불안해 집에서 공부한다”
중앙대 법학관 폐쇄했다 오늘 풀 예정
성대선 강사가 격리대상 밝혀져
학생들 “불안해 집에서 공부한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대학가가 메르스로 뒤숭숭하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한 대학에서 건물 전체를 임시 폐쇄하는 등 캠퍼스 내 감염 확산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중앙대는 “13일 오전 법학관에서 교양과목 수업을 받던 학생(25)이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함께 수업을 듣던 60여명의 학생들에게 자가격리를 통보하고 법학관 건물 전체를 폐쇄했다”고 14일 밝혔다. 지식경영학부에 다니는 이 학생은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데 삼성서울병원 사무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메르스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해당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은 60여명의 학생들은 자가격리를 유지한 채 보고서 등으로 기말고사를 대체하기로 했다. 중앙대는 “이 학생은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재검 대상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15일부터 법학관 폐쇄를 해제하고 15일 법학관에서 예정된 시험을 뺀 나머지 시험은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밤 학내 커뮤니티에 메르스대책위 명의로 “처음진료시 역학적으로 메르스 가능성이 떨어져서 2차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받았으나 금일 발열이 지속되어 다시 삼성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고 2차 검사를 저녁에 시행했다”는 글이 올라와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이 학교에 다니는 박민지(22)씨는 “1차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하지만 2차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사례가 있어서 안심하기가 어렵다. 시험공부 할 책이 학교에 있는데 가지러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학교 학생 김이현(24)씨는 “애초에 메르스 가능성이 없다며 학사일정을 강행하면서도 주말 내내 법학관을 폐쇄하고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격리 조치하는 등 학교가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말고사 직전 휴일인 1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도 학생들의 발길이 뜸했다. 지난달 30일 35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38)가 참석한 세미나에 갔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자가 된 강사 이아무개(44)씨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지난 10일 이 학교와 인천대 등에서 강의를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는 이씨가 강의를 한 인문관 전체를 임시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했지만 학생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김로빈(21·성균관대)씨는 “학생들이 불안해서 학교에 책을 가지러 가지도 못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가까이에 있어서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도 오지 않고 대부분 집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씨가 현재까지 아무런 메르스 관련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매우 예민한 시기여서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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