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여름 북녘땅의 한 촌락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 오래된 사진 속 소년은 이방인의 시선쯤 아랑곳않고 나뭇가지를 들고 잠자리 쫓는 일에만 열중했다. 당시 남녘땅을 물들이던 ‘꽃제비’와 수백만 ‘아사설’(餓死說)의 잔상 속에 처음 이 땅을 찾은 나는, 고달픈 현실과는 또 다른 형상의 ‘실제’들과 숱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그 풍경들은 꾸미지 않은 ‘날것’들이었고 서로 다르다는 이분법을 넘어 ‘같은 우리’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게 되는 ‘역설’의 표징이기도 했다. 우리는 다르지만, ‘같기도’ 한 것이다. 아주 잠깐의 화해 무드도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 남과 북 사이의 골짜기에는 이제 허공에 맴도는 구호만이 난무할 뿐이다. 통일은 대박? 이제 구호는 걷어치우고 다시 마주하고 보자. 단절이 너무 길면 서로 누군지도 잊어(잃어)버린다. 이제 우리 얼굴 좀 보고 삽시다. 임종진 사진가·달팽이사진골방 대표
[토요판] 한 장의 다큐
1999년 여름 북녘땅의 한 촌락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 오래된 사진 속 소년은 이방인의 시선쯤 아랑곳않고 나뭇가지를 들고 잠자리 쫓는 일에만 열중했다. 당시 남녘땅을 물들이던 ‘꽃제비’와 수백만 ‘아사설’(餓死說)의 잔상 속에 처음 이 땅을 찾은 나는, 고달픈 현실과는 또 다른 형상의 ‘실제’들과 숱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그 풍경들은 꾸미지 않은 ‘날것’들이었고 서로 다르다는 이분법을 넘어 ‘같은 우리’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게 되는 ‘역설’의 표징이기도 했다. 우리는 다르지만, ‘같기도’ 한 것이다. 아주 잠깐의 화해 무드도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 남과 북 사이의 골짜기에는 이제 허공에 맴도는 구호만이 난무할 뿐이다. 통일은 대박? 이제 구호는 걷어치우고 다시 마주하고 보자. 단절이 너무 길면 서로 누군지도 잊어(잃어)버린다. 이제 우리 얼굴 좀 보고 삽시다.
임종진 사진가·달팽이사진골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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