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역에서 한 군인이 북한의 연천군 포격 도발 뉴스를 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남북 긴장 고조…시민들 반응
“몸조심 신신당부했는데…전화라도 해줬으면”
“몸조심 신신당부했는데…전화라도 해줬으면”
남북이 20일 서부전선에서 포사격을 주고받은 데 이어 추가 충돌 가능성이 이어지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군인 가족과 지인들은 혹시나 5년 전 연평도 포격 때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1일 남북이 서로 무력 대응을 공언한 가운데 육군이 장병들의 외출·외박을 금지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자, 시민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아들을 군에 보낸 황아무개(39)씨는 “훈련소 퇴소식에서 아들을 만나던 중에 포격 소식을 들었다. 아들에게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걱정된다. 아들을 보고 온 뒤 남편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입대한 동생을 둔 심희정(24)씨는 “비상상황이라는데 동생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걱정된다. 전화 한번 해주면 좋을 텐데 연락도 안 오고, 부모님이 불안해한다”고 했다. 남자친구가 6월에 입대한 대학생 김도운(20)씨도 “지뢰가 터지고 포격까지 벌어지니 걱정이 많이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천에 있는 부대에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너무 불안하다’는 글을 올린 것도 봤다”고 했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인터넷 모임인 ‘고무신카페’(cafe.naver.com/komusincafe) 등에는 남자친구의 부대가 안전한지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주말을 앞두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김아무개(27)씨는 “토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 산소가 있는 파주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어머니께서 ‘아무래도 북쪽으로 가면 불안하지 않냐’며 일주일 미루자고 하셨다. 다른 가족들은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이지만, 어머니는 연천과 가까운 지역에 가는 게 내키지 않는다고 하셨다”고 했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송영옥(64)씨는 “어제 포격 소식 이후 주말에 예약돼 있던 세 건이 다 취소됐다. 휴가철은 지났지만 군대 면회객이나 휴가 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못 받게 됐다. 여기 주민들은 그저 이번에도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긴장 고조가 심각한 충돌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남북이 서로 외치는 ‘혹독한 대가’나 보복은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군사적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불안에 떨며 대피소로 향해야 했던 파주·강화·김포·연천 지역 주민들을 포함하여 모든 한반도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남북이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국진보연대도 “남쪽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하며, 북쪽은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를 사칭해 ‘징집 문자’를 보낸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20일 오후 6시30분께 “대한민국 국방부, 전쟁 임박 시 만 21~33세 전역 남성 소집”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써서 캡처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군대 시절 선·후임 4명에게 보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대학생 김아무개(23)씨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오승훈 최우리 허승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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