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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는 000때문에 국정화에 반대한다”

등록 2015-10-12 19:36수정 2015-10-13 16:31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 발표가 이뤄진 12일 오후 대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 발표가 이뤄진 12일 오후 대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가 털어놓은 광주의 기억
민주화운동 왜곡 교과서 반대

“금수저 때문에”
친일파 후손들 기득권 세력 돼
이들에게 역사교육 맡길 수 없어

“세월호 때문에”
정부 불리한 진실 감추는 건
세월호나 국정화나 마찬가지

“친구 때문에”
국정화로 부·권력 대물림 공고화
나와 친구들의 취업도 어려워질 것
가을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1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년·대학생·시민 등 150여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기득권의 입맛대로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전한 ‘촛불을 든 사연’은 저마다 달랐다.

소한비
소한비
■ “나는 ‘아버지’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 이날 촛불집회에 나온 소한비(19·서울여대 사학과)씨는 역사 과목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학과에 진학했다. 자연스레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소씨는 지난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광주에 답사를 나서며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했다. 이날 처음 아버지는 딸에게 “나도 그날 광주에 있었다. 이런 일은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광주에서 고교 생활을 한 아버지는 살아오면서 한번도 자식들에게 그날의 기억을 털어놓지 않았다. “아직도 그날 아버지가 무슨 일을 겪고,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요.” 소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는 물론이고 사회 고위층이 공공연히 5·18을 폭동으로 매도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말을 할 때마다 화가 나고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한 사람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그들을 탄압한 독재정부를 미화하는 일이 이미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교과서마저 국정화돼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일은 딸로서도, 예비 역사교사로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김진서
김진서
■ “나는 ‘금수저’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 경기 구리에 사는 김진서(15)양은 가족들과 북촌 한옥마을 구경을 왔다가 우연히 촛불집회에 함께하게 됐다. 김양은 “학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배웠는데, 그때 친일파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들었다. 인터넷에서 금수저네 흙수저네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커서 훌륭하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김양은 “그런데 미국에는 스티브 잡스도 있고, 중국에는 샤오미를 설립한 레이쥔이나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장 아들이 회장이 되고 사장 아들이 사장이 된다. 중학생이지만 우리들도 우리 사회는 신분이 정해져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했다. 김양의 어머니 홍선아(46)씨는 “우리나라에는 아이에게 본보기로 보여줄 롤모델이 없다. 친일을 한 사람이 독재를 하고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국정교과서로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다”고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임동범
임동범
■ “나는 ‘세월호’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대학생 임동범(25)씨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진로에 대한 걱정도 하고, 어느 정도 열등감도 있고, 어느 정도는 욕심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임씨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당시 휴학 중이었는데 밥 먹으면서 배가 침몰하는 것을 봤어요. 그때는 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복학을 하고 주변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임씨의 생각은 바뀌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지막지한지 그때까지는 몰랐어요. 희생자 유가족이나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극히 당연한 이야기인데 정부는 진실을 감추기 급급하고, 이들을 반정부 세력으로 매도하고 탄압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죠.” 임씨는 “정부가 불리한 진실은 감추고 왜곡하려는 건 세월호 참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나 마찬가지”라며 “독재정권의 밝은 면만 보이게 하고 어두운 면은 감추는 것이 과연 진정한 역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최승민
최승민
■ “나는 ‘친구’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에 치이고, 나이가 더 들면 취업과 먹고사는 걱정에 치이잖아요. 지금 나이가 사회적인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중앙대 심리학과에 다니는 최승민(19)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최씨는 대학에 들어온 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단체인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위안부 문제를 주위에 알리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그런 최씨에게 ‘너무 정치적’이라고 했다. 최씨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지 않나.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그 부와 권력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사회가 된 것이 결국 지금의 청년문제로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씨는 국정교과서를 왜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 국정화가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는 사회를 더 공고하게 만들 것이고, 나와 내 친구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업난과 저임금에서 허덕일 것이기 때문에 국정화 반대에 나서게 됐다”고 답했다.

허승 권승록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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