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00차 정기 수요시위’가 14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손팻말로 ‘위안부’와 역사 왜곡 문제 해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언제부터 역사가 됐습니까. 그 어떤 독재 정권도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교과서에 싣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투쟁하고 이 자리에서 수요시위를 1200번 이어오며 이것이 역사가 됐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1200번째를 맞았다.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번 수요시위에서는 특히 우리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을 맞아 위안부 문제 등 역사가 왜곡될 가능성에 대한 각계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현장을 찾았다.
대학생 동아리 ‘평화나비’의 정수연씨는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교과서’일 뿐이고 우리의 역사의 진실을 담은 교과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연행됐던 대학생들이 48시간의 조사 뒤 풀려나자마자 이 곳 수요시위 현장부터 찾았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이 날 시위에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이용수(87) 할머니와 함께 청소년과 대학생 등 500여명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그려왔고, ‘역사왜곡 중단하라’, ‘전쟁범죄 인정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시위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는 국정교과서에서 ‘친일’이 미화되고 위안부 피해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윤 대표는 “통합은 국정 교과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무엇이 자랑스러운 역사인가? 1200차 수요시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위안부 할머니들, 일제에 항거했던 독립운동가들, 독재 정치에 저항했던 민주화 운동이 자랑스러운 역사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교과서에서 우리들의 역사를 다루지 않으면 글자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우리들의 입, 우리들의 글,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언론이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표는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 정권과 똑같이 박근혜 정부도 자학 사관을 청산하겠다면서 역사교과서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 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아베 정부의 역사왜곡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이런 정부가 어떻게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대통령 입맛대로 만든 교과서는 1년짜리 정권 교과서에 불과하다.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 하지만 대통령의 마음대로 고친다고 역사적 진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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