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캣맘‘ 벽돌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과학수사대원들이 14일 오후 사건 현장에서 3차원 스캔 준비를 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해 현장을 스캔했다. 2015.10.14 연합
캣맘, 친구들과 옥상서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
경찰 “혐오범죄와 관련성 낮아”
경찰 “혐오범죄와 관련성 낮아”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던 50대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진 이른바 ‘캣맘 피살 사건’의 용의자는 초등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이 사건은 ‘캣맘’에 대한 증오 범죄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초등생이 ‘낙하실험’을 하다 떨어뜨린 벽돌이 흉기로 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서부경찰서는 50대 여성이 숨진 아파트에 사는 초등생(10)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또 이 학생과 아파트 옥상에 함께 있던 다른 초등생 2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건발생 직후 아파트 내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영상을 분석해 사건 시간대 아파트 104동 5∼6호 라인 또는 옥상에 있었던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 20여명을 추려 조사해왔다.
그러나 단서를 잡지 못한 경찰은 같은 동 다른 라인 녹화영상도 분석해 조사하던 중 이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1명이 사건 당일 오후 4시께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친구 2명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건 직후인 오후 4시42분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지난 15일 저녁부터 해당 초등생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자백을 받아냈고, 16일 오전 경찰청으로부터 옥상에서 나온 발자국이 이 초등생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조사결과, 해당 초등생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실제로 해보기 위해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 만에 떨어질까’를 놓고 실험을 하던 중 옥상에 쌓여있던 벽돌 하나를 아래로 던졌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앞서 해당 아파트 옥상에서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벽돌도 발견됐다.
사건 당일 이들은 3∼4호 라인 옥상에서도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을 아래로 던져본 뒤 5∼6호 라인 옥상으로 건너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벽돌을 던진 뒤 아래에서 사람이 맞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길고양이 내지 캣맘에 대한 혐오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또한, 해당 초등생의 진술과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초등생이 ‘누군가 벽돌에 맞아 죽어도 좋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로 벽돌을 던졌을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초등생은 14살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여서 범죄의사가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다만, 부모와 연대해 민사책임을 지는 것까지 면할 수는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초등생은 그동안 자신의 행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모에게 범행사실을 말하지 못했으며, 이 학생 부모도 경찰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일 오후 4시40분께 용인시 수지구의 한 18층짜리 아파트 화단에서 박아무개(55·여)씨와 또다른 박아무개(29)씨가 고양이집을 만들던 중 아파트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50대 박씨가 숨졌고, 20대 박씨가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벽돌이 떨어진 지점이 아파트 벽면에서 거리가 7m에 이르는데다 벽돌 무게가 1.82㎏에 달해 바람 등 자연적인 낙하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수사를 해왔다. 특히 경찰은 피해 여성이 해당 아파트단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집을 지어주는 활동을 해온 터라 길고양이 내지 캣맘에 대한 혐오증이 범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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