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기르는 고양이의 2배가 넘는 20만마리의 길고양이가 산다. 개체수뿐 아니라 캣맘과 주민의 갈등을 줄여줄 해답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난방 배관이 지나는 곳을 귀신같이 찾아 눕는다. 길고양이라고 다를 리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쫓겨나거나 끼어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아파트 지하 온수 배관이나 자동차 엔진룸에 기어들어간다. 겨울을 앞두고 길고양이를 정기적으로 돌보는 이(캣맘)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집을 만들다가 아파트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진 여성도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부르고 있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길고양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사실 대도시에서 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민 사이의 갈등은 위험수위에 이른 지 오래다.
저녁 서울 주택가에서 길고양이가 없는 골목을 보았는가. 배진선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지난 6~8월 추정한 서울의 길고양이 개체수는 최대 20만마리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2배가 넘는다.
1960~7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 뒤 쓸모가 없어진 집고양이가 방치됐고, 단독주택이 아파트 등으로 바뀌면서 버려진 고양이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쉽게 사고 팔면서 털이 많이 빠지거나 치료비가 많이 든다며 내버리는 일도 흔하다. 경기 불황도 고양이 유기를 부추긴다. 이렇게 버려지는 고양이는 연간 2만마리로 추정된다.
야생화한 고양이는 여건만 되면 해마다 2번 이상 4~6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길거리 환경은 혹독하다. 먹이, 물, 피난처가 부족하고 질병, 싸움, 자동차, 사람의 학대 등 위협요인은 끝이 없다. 서울시의 조사에서 전체 길고양이의 37.7%가 5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였음은 번식률 못지않게 사망률이 높음을 보여준다.
캣맘에 대한 불만은 왜 음식쓰레기를 헤집고, 번식기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길고양이를 돌보냐는 것이다. 먹이와 물을 주고 집까지 만들어 주면 동네 길고양이가 다 몰려들지 않겠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 규정한 보호 대상이지 퇴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정부와 많은 지자체가 채택한 길고양이 대책은 중성화 사업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잡은 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것으로 ‘티엔아르’(TNR)라고도 부른다. 고양이는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동물이다. 어느 지역 길고양이를 제거해도 곧 다른 고양이가 빈 공간을 채운다. 이 사업으로 번식력이 없는 길고양이가 영역을 지킨다면 개체수 증가를 막고, 또 번식기의 소음 등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티엔아르 대상이 70~80%는 돼야 하는데 서울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은 비율은 전체의 11%에 지나지 않는다. 캣맘의 수는 급속히 늘어 서울에만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새로 티엔아르 관리를 하는 수는 2008년 처음 시작한 이래 해마다 5000~6000마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티엔아르도 만능의 해법이 아니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길고양이가 잡아먹는 야생동물 피해, 사람에게 전파하는 인수공통전염병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좋든 싫든 길고양이는 우리 도시생태계의 일원이 됐다. 해법을 찾을 책임은 그렇게 만든 우리에게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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