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연세대생 박성근씨 실명과 얼굴 공개
“국정화 반대 재치있게 어필하고 싶어
북한식 국정화, 북한체 대자보 생각해
한 두 시간만에 삽시간에 퍼져 당황”
연세대생 박성근씨 실명과 얼굴 공개
“국정화 반대 재치있게 어필하고 싶어
북한식 국정화, 북한체 대자보 생각해
한 두 시간만에 삽시간에 퍼져 당황”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거리 곳곳에 내걸린 새누리당의 시뻘건 현수막은 동시대의 상식과 합리성에 대한 조롱이었다. 자신들이 검인정을 내준 교과서인데, 이를 만든 이들이 좌편향이란 말은, 그게 정치 언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당최 모를 말이다.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힐 때,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나무 손잡이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은 그 현수막의 문구가 너무 상식 밖이어서, 뾰족한 대응을 생각해내지 못한 채 어처구니를 잃은 맷돌처럼 그냥 멈춰 버렸다. 그 때, 한 장의 대자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련세대’에 나붙은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 10월19일 내걸린 대자보는 북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재치로 대역전’하는 글은 이렇게 끝난다. “앞으로 우리 조국에서 쓰여질 교과서는 북조선, 로씨아, 베트남의 국정교과서만큼 영광스럽고 긍지높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만일 좌파세력들이 지금처럼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치솟는 분노와 경천동지할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 (대자보 전문은 기사 아래 참조)
북한 따라 교과서 국정화한 데서 착안
‘각하를 존경해 마지않는 련세대학교 학생’ 박성근(22·교육학과 13학번)씨를 만났다. ‘명문’을 쓴 주인공이다.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한겨레21> 인터뷰가 처음이다. 우리가 잃은 어처구니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그는 노련했고 단호했다.
-대자보를 왜 썼는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흐름은 계속 있었다. 다른 대자보도 많았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어필되지 않는단 생각을 했다. 어필하고 싶었다. 그리고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논리를 깨고 싶었다. 북한을 그렇게 싫어한다면서 왜 갑자기 교과서 문제는 북한을 따르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체를 쓴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화를 반대합니다, 북한을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북한체가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단 직관적 판단이었다. 그렇게만 써도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일이 북한에서나 있을 일이라는 게 전달될 것 같았다.
-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왜 북한을 떠올렸나.
지금 시국이 북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나라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특히 북한은 지도자가 강력하게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면 교과서를 맘대로 집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아닌가.
-대통령이 왜 그럴까.
아버지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데, 전 국민을 끌어들여 강제로 절하라고 하는 꼴이다. 대통령 개인의 효심을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그걸 국민에게 강요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게 바로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북한의 방식이다.
-이 정도까지 반응이 있을 것을 예상했나.
못했다. 어느 정도 흥미를 끌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한두 시간 만에 삽시간에 퍼져 많이 당황했다. 기자들의 연락도 많았다. 묘했지만, 기분이 좋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대자보들이 너무 진지한 톤이었다. 내용에 동의하지만 형식에 질려 있던 수요가 폭발한 것 같았다. 시원하게 긁은 것이다.
-‘찬성한다’는 역설을 사용한 게 돋보였다.
이곳의 의사결정 방식이 본질적으론 북한과 다르지 않다는 걸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의도도 있었다. 북한체로 찬양하듯 비꼬면, 보수 세력이나 언론이 공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종편이 주장하는 당위 넘어설 반전 필요해”
-익명을 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가.
짊어져야 할 후폭풍을 예상하기 어려워 익명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겠단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메신저’가 아닌 ‘메시지’에 주목해줬으면 싶었다. ‘메신저’가 부각되면 신상털기 같은 자극적 부분이 더 부각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자보만 읽어서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맞다. 다만 ‘모멘텀’을 만들고 싶었다. 이 대자보를 시작으로 여러 패러디가 이어지고 그런 것들이 화제가 되는 방식을 통해 역사 교과서 문제가 계속 회자되길 기대했다. (연예인) 예원과 이태임의 싸움은 전 국민이 아는데 교과서 문제는 왜 그렇게 되지 못하는가, 그런 고민이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운동의 ‘메시지 전달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것인가.
종편 등에서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반대한다는 당위를 넘어서는 창조적 표현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지한 메시지 분석을 통한 구체적 액션이 시민사회나 정당의 몫이라면, 그 액션과 연결시키는 (나의) 역할을 고민했다.
-메시지 전달의 측면에서 보면, 대자보는 낡은 방식인데.
방법이 없기도 했지만, 대자보가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SNS 여론전에서 중요한 건 한 장의 사진이 아닌가. 사진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무엇, 사람들이 알아서 퍼나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대자보는 효율적이다.
-전략적이다. 언어적 감각도 탁월해 보인다.
대중이 어느 지점에서 마음을 움직이는가를 고민하고 나름 읽어내려고 한다. 비꼬고 풍자하고 해학적으로 접근해 재미를 만들어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진보·보수의 헤게모니 싸움이 아닌 그냥 옳고 그름의 문제다. 설령 국정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왜 틀린지는 최대한 알려야 한다.
-조직에 속해 있거나 학생운동을 해왔나.
아니다. 휴학 중이다. 연세대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현재 이뤄지는 학생운동이 매우 의미 있고, 개인적으로도 존중하지만 대중 친화력은 부족하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표면상으로) 진부해 보이고, 투쟁적으로 일관한단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혁명을 하더라도 일단 재밌어야 한다. <나는 꼼수다>에 대한 호응이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위트가 있어야 한다. 절절해도 알려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대중에게 친근한 학생운동 기획 중
-앞으로 계획은.
이 인터뷰를 계기로 실명이 공개되면 1인시위에 나설 생각이다. 외압과 불이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자보를 쓴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그걸 또 활용하겠다. 다른 대자보를 쓴 분들과 연락해 함께 활동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대중의 관심을 잡아챌 수 있는 다른 형태의 기획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만큼 아버지를 넘어 권위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
김완 기자funnybone@hani.co.kr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이시며 존엄 높이 받들어모실 경애하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께서 얼마 전 '력사교과서 국정화'를 선포하시었다.
이는 력사에 길이 남을 3.15 부정선거를 만들어내신 위대한 리승만 대통령 각하와 유신 체제를 세워 대통령 선거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신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가장 숭고한 기쁨과 영광으로 받들어 모시려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의 무한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만불손한 좌파세력은 그 무슨 '친일독재 미화'니 '유신 부활'이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 존엄 높이 추앙해 마지않을 민족의 태양 리승만,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깎아내리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또한 철천지 원쑤보다 못한 좌파세력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감히 우리 조국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
단언하건대, 앞으로 우리 조국에서 쓰여질 교과서는 북조선, 로씨아(러시아), 베트남의 국정교과서만큼 영광스럽고 긍지 높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만일 좌파세력들이 지금처럼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치솟는 분노와 경천동지할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
박정희 각하 탄신 98년(서기 2015년)
각하를 존경해 마지 않는 련세대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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