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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대 학생들, 낮엔 대통령 막고 밤엔 쓰레기 치웠다

등록 2015-10-30 14:26수정 2015-10-30 15:41

전국여성대회가 열린 이화여대 대강당 앞 쓰레기들
전국여성대회가 열린 이화여대 대강당 앞 쓰레기들
전국여성대회 행사장 쓰레기장으로 변해
학생들 나서 청소 “미화원한테 둔 선물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던 ‘전국여성대회’가 마무리된 뒤, 행사가 치러졌던 이화여대 대강당 앞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주최측이 치우지 않고 간 쓰레기였다. 쓰레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박 대통령의 학교 방문을 반대했던 이대생들이 나서서 치웠다.

30일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50회 전국여성대회가 끝난 뒤, 대강당 앞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는 100여개의 박스와 쓰레기들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박스 안에는 먹다 남은 생수병과 주스병 등이 들어 있었다. 박스는 비에 젖어 습기를 흠뻑 머금고 있어 치우기도 힘들었다.

이 쓰레기들를 본 한 재학생이 이대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강당 앞이 너무 더럽다. 함께 하면 금방 치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청소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학생들 11명이 금세 대강당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박스 안에 담긴 쓰레기와 주변에 널린 쓰레기들을 봉지에 담았다. 비에 젖은 박스는 위아래를 터서 납작하게 접어 한켠에 차곡차곡 쌓는 등, 50여분 만에 청소는 마무리됐다. 청소에 직접 참여한 김남영(25)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몇 개만 치우면 되겠지하고 왔는데 평소에 보던 대강당 앞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너무 심하게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행사를 주관한 쪽에서 뒤처리를 깨끗하게 해야지 왜 학생들이 청소하게 만드냐”고 비판했다.

이 대학 학생인 이아무개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여성을 위한 행사라며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주더니, 이건 이화의 미화원 어머니들께 남겨둔 선물일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학생들이 모여 다 치웠다고 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요”라고 꼬집었다. 이대 총학생회도 페이스북에 쓰레기 더미가 쌓인 대강당 앞 사진을 올리고 “사복경찰로 평화적인 피케팅을 하려는 학생들을 탄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쓰레기까지. 미화노동자 분들이 고생하실까 어젯밤 이화인 11분이 모이셔서 치우셨다고 합니다. ‘전국여성대회’는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는 기본을 갖추셨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이런 비판에 대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회의중이라 해명할 사람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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