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6개 대학교 총학생회와 대학생 단체 등이 모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대학생 대표자 시국회의’(시국회의)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 4만5000여명의 서명용지가 담긴 종이상자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정교과서 강행 파문
서울 등 전국 25개지역 버스정류장
‘정부 비판’ 기습대자보 51개 나붙어
서울 등 전국 25개지역 버스정류장
‘정부 비판’ 기습대자보 51개 나붙어
‘청년들은 임금피크제로 불효자 만들고 나홀로 교과서 뜯어고쳐 효녀 되어보시겠다?-나도 효녀 되고 싶은 청년실업자 1인’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사당역 근처 버스정류장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기습 대자보’가 나붙었다. 비슷한 시각 사당역뿐만 아니라 광주, 대구, 경기 등 전국 25개 지역 버스정류장과 거리에는 51개의 대자보가 일제히 붙었다. 대자보에는 ‘청와대 진돗개 이름도 공모했던데 왜 국민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건가요’라며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정부의 고집을 꼬집는 내용부터 ‘5년짜리 정부가 감히 5000년 역사를 왜곡하느냐’는 꾸짖음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이번 대자보 행동을 기획한 은동철 한국청년연대 집행위원장은 “각 지역 회원들에게 30일 오전 대자보를 붙이자고 제안했다. 행동 뒤 보내온 인증샷을 보니 청년들이 생각하는 국정화와 청년의 힘든 현실을 언급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마감일을 사흘 앞둔 30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대학생 대표자 시국회의’(시국회의)는 4만5000여명의 대학생(30일 오후 2시 기준)이 서명한 국정화 반대 선언을 들고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일, 전국 36개 대학교 총학생회와 대학생 단체 등이 모여 공동행동을 벌이기로 한 뒤 열흘 만에 취합된 서명에는 “교육의 획일화와 역행을 ‘올바르다’ 말하지 말라”는 선언이 담겼다. 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대학 구조개혁 등으로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교육마저 건드리는 정부를 보며 정치적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 학생회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31일 오후 2시부터 대학별로 서울 마로니에공원과 대현문화공원, 전쟁기념관 등에 모인 뒤 청계광장으로 행진하는 대학생 집회를 연다. 이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 집중 촛불대회’에 합류할 계획이다.
대학별 반대행동도 이어졌다. 서강대 학생들은 ‘박근혜 선배님 이건 쫌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학생 1845명이 뜻을 모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강대학생 선언’을 발표했다. 서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다. 고려대에서는 한국사학과, 사학과, 역사교육과의 대학원생과 대학원 졸업생 194명이 이날 성명을 냈다. 이들은 “다양성 속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거치며 수정되는 역사를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김규남 기자 whorun@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