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현씨가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동휠체어에 노란 펼침막을 달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창현씨 제공
“지금 이가 너무 아픕니다. 점심도 굶고 감기에 걸려 가며 입으로 전동기 핸들을 움직여 이틀 동안 100㎞를 달렸거든요.”
늦가을 추위가 닥친 지난 주말, 뇌병변 장애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전동휠체어를 쓰는 최창현(49·대구장애인차별감시연대 대표)씨는 찬바람을 맞으며 아스팔트를 달렸다. 최씨의 전동휠체어가 앞장을 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국토종단 시위대에는 활동가 이우용(31)씨의 자전거와 뇌성마비 장애인 박상규(44)씨, 이진우(43)씨 등 4명이 탄 차량이 뒤를 따랐다.
지난 30일 오전 대구를 출발한 최씨 등 6명은 꼬박 하루 만에 대전에 닿았다. 대전 새누리당 당사와 대전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시속 10㎞로 달리며 국정화 반대 집회가 열리는 서울 도심으로 향했다. 전동휠체어에만 의지한 채 13시간을 달린 최씨는 “중간에 휠체어와 자전거가 고장이 났다. 위염으로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기도 했다”며 사흘간의 힘겨운 여정을 토로했다. 하루 7시간 넘게 달린 이들은 밤이 오면 여인숙을 빌려 묵으며 시위를 이어갔다.
최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휠체어 국토종주’에 나선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있고 정부와 여당이 있는 서울에서 반대 의견을 알리고 싶다. (중증장애인인) 내가 여기까지 올 정도로 많은 국민이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한 다음날인 1일에도 서울 종로구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앞에 나와 1인시위를 했다. 전동휠체어에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보고 있다’는 글귀를 적은 노란 펼침막을 내건 최씨는 “내일을 짊어진 후손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기에 왜곡된 역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