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색깔공세 전면 나선 ‘공안통’ 황 총리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부합동브리핑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는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교학사 교과서를 뺀 7종 교과서를 모두 좌편향으로 매도하는 등 매카시즘(극단적 반공·극우주의)을 방불케 하는 색깔론을 들고나왔다.
15분가량의 길지 않은 브리핑 가운데 ‘편향’이라는 단어를 모두 14번이나 써가며 국정화의 명분을 현행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에서 찾았지만, 대부분 기본 논리도 갖추지 못한 견강부회·꿰맞추기 주장에 그쳤다.
‘북한의 남침’ 명확히 밝혔는데
“교묘하게 기술” 생트집 잡고
‘조선…인민공화국 수립’ 서술
‘천안함’ 안다뤘다고 ‘북 편향’ 강변 ‘김일성 헌법’ 인용 지도서도 공격
그집필진 “통일교육원이 자료 제공…
그렇다면 통일부도 종북이냐” ■ 뉴라이트 학자의 책에서 인용한 객관적 사실도 트집 황 총리가 이날 현행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로 제시한 3가지는 전부 북한 관련 서술이었지만, 모두 북한 편향과는 관련이 없다. 황 총리는 가장 먼저 두산동아 교과서의 읽기자료(‘38도선을 경계로 잦은 충돌이 일어나다’)를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남북간 38선의 잦은 충돌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다”며 “6·25 전쟁이 북한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두산동아 교과서는 읽기자료 바로 다음 페이지에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군은 38도선 전역에서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하였다”고 북한군의 남침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게다가 황 총리가 제시한 읽기자료의 출처는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한국현대사학회 회원이기도 한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연구부장이 쓴 책으로, 해당 부분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지난해 2월 청소년용으로 발간한 현대사교육총서 3권 <6·25전쟁>에도 실려 있다. 뉴라이트 책에도 서술된 객관적 사실조차 ‘북한 편향’이라고 간주한 것이다. ■ 북한 정부 공식 명칭 단순 언급도 ‘북한 미화’로 황 총리는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된 역사교과서가 있다”며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 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한 반면,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황 총리가 예로 든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소단원 안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고 짤막하게 언급한 지학사 교과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용어는 교육부가 고시한 ‘역사 교육과정’에 나오는 것으로, 지학사뿐 아니라 이날 황 총리가 ‘유일하게 편향되지 않은 교과서의 사례’로 제시한 교학사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표현 역시 국사편찬위원회가 정한 ‘편수 용어’(검정 교과서를 쓸 때 사용해야 하는 용어)다. 더 큰 문제는 황 총리의 이런 주장이 학계의 ‘통설’이 아닌 일부 극우단체가 제기하는 ‘이설’이라는 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한 곳은 극우인사로 분류되는 조갑제씨가 대표로 있는 조갑제닷컴이 펴낸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였다. 이는 2008년 이후 ‘1948년 8월15일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출간된 1979년판 중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에도 ‘건국’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혼용해 쓰는 등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사이에는 아무런 역사적 차이가 없다는 게 학계 통설이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는 “1차 교육과정 때부터 나온 역사교과서를 보면 대한민국 건립, 성립, 수립, 정부 수립을 모두 혼용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정 교과서도 다루지 않은 내용 없다고 ‘북한 침략야욕 은폐’로 황 총리는 천안함 사건, 아웅산 테러, 1·21 청와대 습격 등 북한의 도발 사례가 빠져 있는 부분도 북한 편향의 근거로 들었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최소한도로만 서술함으로써 북한의 침략야욕을 은폐·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과서 집필진은 “아웅산 테러나 1·21 사건은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 국정 교과서도 다루지 않은 내용이다. 그 세가지 사건이 그렇게 중요하면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면 되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포함시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검정 교과서 집필진까지 ‘종북’으로 몰아세웠다. 황 총리는 “편향적 내용들이 교사용 지도서와 문제집에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며 김일성 일대기와 김일성 헌법 서문 등을 인용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또다른 교과서 집필진은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제공하고 있는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료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통일부도 종북이냐”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교묘하게 기술” 생트집 잡고
‘조선…인민공화국 수립’ 서술
‘천안함’ 안다뤘다고 ‘북 편향’ 강변 ‘김일성 헌법’ 인용 지도서도 공격
그집필진 “통일교육원이 자료 제공…
그렇다면 통일부도 종북이냐” ■ 뉴라이트 학자의 책에서 인용한 객관적 사실도 트집 황 총리가 이날 현행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로 제시한 3가지는 전부 북한 관련 서술이었지만, 모두 북한 편향과는 관련이 없다. 황 총리는 가장 먼저 두산동아 교과서의 읽기자료(‘38도선을 경계로 잦은 충돌이 일어나다’)를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남북간 38선의 잦은 충돌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다”며 “6·25 전쟁이 북한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두산동아 교과서는 읽기자료 바로 다음 페이지에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군은 38도선 전역에서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하였다”고 북한군의 남침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게다가 황 총리가 제시한 읽기자료의 출처는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한국현대사학회 회원이기도 한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연구부장이 쓴 책으로, 해당 부분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지난해 2월 청소년용으로 발간한 현대사교육총서 3권 <6·25전쟁>에도 실려 있다. 뉴라이트 책에도 서술된 객관적 사실조차 ‘북한 편향’이라고 간주한 것이다. ■ 북한 정부 공식 명칭 단순 언급도 ‘북한 미화’로 황 총리는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된 역사교과서가 있다”며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 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한 반면,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황 총리가 예로 든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소단원 안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고 짤막하게 언급한 지학사 교과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용어는 교육부가 고시한 ‘역사 교육과정’에 나오는 것으로, 지학사뿐 아니라 이날 황 총리가 ‘유일하게 편향되지 않은 교과서의 사례’로 제시한 교학사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표현 역시 국사편찬위원회가 정한 ‘편수 용어’(검정 교과서를 쓸 때 사용해야 하는 용어)다. 더 큰 문제는 황 총리의 이런 주장이 학계의 ‘통설’이 아닌 일부 극우단체가 제기하는 ‘이설’이라는 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한 곳은 극우인사로 분류되는 조갑제씨가 대표로 있는 조갑제닷컴이 펴낸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였다. 이는 2008년 이후 ‘1948년 8월15일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출간된 1979년판 중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에도 ‘건국’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혼용해 쓰는 등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사이에는 아무런 역사적 차이가 없다는 게 학계 통설이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는 “1차 교육과정 때부터 나온 역사교과서를 보면 대한민국 건립, 성립, 수립, 정부 수립을 모두 혼용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정 교과서도 다루지 않은 내용 없다고 ‘북한 침략야욕 은폐’로 황 총리는 천안함 사건, 아웅산 테러, 1·21 청와대 습격 등 북한의 도발 사례가 빠져 있는 부분도 북한 편향의 근거로 들었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최소한도로만 서술함으로써 북한의 침략야욕을 은폐·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과서 집필진은 “아웅산 테러나 1·21 사건은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 국정 교과서도 다루지 않은 내용이다. 그 세가지 사건이 그렇게 중요하면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면 되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포함시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검정 교과서 집필진까지 ‘종북’으로 몰아세웠다. 황 총리는 “편향적 내용들이 교사용 지도서와 문제집에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며 김일성 일대기와 김일성 헌법 서문 등을 인용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또다른 교과서 집필진은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제공하고 있는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료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통일부도 종북이냐”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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