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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사쿠데타 멈춰라”…시민들 분노를 외쳤다

등록 2015-11-03 21:17수정 2015-11-04 14:42

 3일 저녁 서울 태평로 거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채 국정화 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A href="mailto:woo@hani.co.kr">woo@hani.co.kr</A>
3일 저녁 서울 태평로 거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채 국정화 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 태평로 거리 등서 촛불시위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
“오늘 역사교육 죽었다”
국정화 즉각 철회 촉구
민변 TF 가동, 헌소 준비
“바닥에서 한기가 심하게 올라와 몸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이곳에서 밤을 지새웠어요. 오늘 (오전) 11시가 오지 않길 바라며, 그 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이) 철회되기를 바라며 말이에요.”

3일 오전,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서 있던 홍승희(25)씨 등 대학생 30여명이 크게 낙담했다. 이들은 전날 밤, 시민의 힘으로 정부의 국정화 고시 철회를 압박하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호소’를 보고 이곳으로 달려와 담요 몇 장과 손에 든 촛불로 추위를 달래가며 차가운 보도블럭 위에서 밤을 지새운 터였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한 이날 학생·교사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역사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밤늦게까지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육 정상화 담화문’을 읽어내려가던 시각,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선 초·중·고교 퇴직교사들이 “국정 교과서 부활은 시대착오적 망상”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엔 퇴직교사 656명이 이름을 올렸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퇴직교사 윤한탁씨는 “1970년대 내가 교단에 있던 유신 시절, 북한(사람들)이 뿔난 동물로 묘사된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쳤다”며 “지금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시대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퇴직교사들에 이어 같은 장소에 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회원 40여명은 경찰력 300여명에게 둘러싸인 채 “오늘 민주주의와 역사교육은 죽었다”고 외쳤다.

해가 저문 뒤, 시민들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오후 시민 300여명은 ‘역사 쿠데타를 멈춰라!’라고 쓰인 펼침막을 내걸고 촛불을 들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홍아무개(26)씨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되더라도 역사관이 바로 선 교과서가 나올 수 있게 시민들이 계속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화 반대 청소년행동’ 소속 고교생 10여명은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독특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민·주·주·의·역·사·교·육.’ 종이 한장 한장에 낱자를 적은 뒤 영정사진처럼 검은 테두리를 씌워 들고, 국정화 고시 강행으로 ‘민주주의’와 ‘역사교육’이 사망했음을 상징한 것이다. 이를 본 50대 중년 남성은 “역사는 청소년들이 바꾸는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교사·시민단체들은 반대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정권이 군사작전 감행하듯이 예정일보다 이틀 앞당겨 고시하고 국정화를 기정사실화했다”며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를 “역사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과 인천 5개 교육지원청 교육장도 정부의 국정화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의 단체들도 제대로 된 여론수렴 과정 없이 고시를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선 오늘의 분노를 모아 향후 대응책을 차분하게 모색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국정화 대응 티에프(TF)’(가칭)를 마련해 고시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미향 방준호 권승록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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