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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사는 권력의 전리품이 아닙니다

등록 2015-11-03 22:15수정 2015-11-04 14:41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한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2학년 4반 학생들이 제86회 ‘학생의 날’ 기념행사로 열린 ‘학급별 학생선언문 쓰기 행사’에서 손도장을 찍어 태극기를 그리고, 그 위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선언문을 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한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2학년 4반 학생들이 제86회 ‘학생의 날’ 기념행사로 열린 ‘학급별 학생선언문 쓰기 행사’에서 손도장을 찍어 태극기를 그리고, 그 위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선언문을 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근혜정부, 국정교과서로 회귀 확정…시민들 “오늘 일어난 일, 역사로 기록될 것”
1929년 11월3일, 전남 광주고보 학생들이 거리시위를 벌이며 3·1 운동 이후 최대의 항일운동이 시작됐다. 이승만 정권에서 1953년 학생의 날로 제정된 이날은, 197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폐지되었다가 1984년 들어서야 국가기념일로 부활했다.

2015년 11월3일,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진보·보수 이념과 상관없이 여론의 추는 반대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지만 결국 2017년엔 학생들 손에 국정 교과서가 들리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이를 ‘역사 쿠데타’로 규정한 학계·교육계·시민사회·야당과의 ‘국정화 전쟁’은 2막이 올랐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을 확정 고시했다고 밝혔다. 황우여 부총리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총리는 “더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 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해 가며 “전국에 약 2300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전체,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쳤다. 교육부는 또 이날 지금까지 인정 체제로 발행됐던 중·고교 수학, 과학, 영어 교과서를 검정으로 전환해 확정 고시했다.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고교에 신설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도 검정도서로 구분했다.

정부 발표와 비슷한 시각,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내며 현행 검정 교과서 검정 과정을 총괄했던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8종 교과서는 모두 중도 또는 우파 성향이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각계각층의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도 줄을 이었다. 기독교 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성명을 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그 자체가 이미 역사적 사건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가르칠 뿐 아니라 오늘날 일어나는 역사를 가르칠 것이며,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오늘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기자회견이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에선 퇴직 교사 656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등이 연이어 나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청소년 단체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는 이날 저녁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켰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방송인 김제동씨 손에 들린 팻말에 쓰였던 이 말이 이날 에스엔에스에 하루종일 퍼져나갔다.

전정윤 김미향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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