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글 “눈 부끄러워 차마 아이들 눈 보지 못하겠다”
KBS1TV ‘역사저널 그날’ 패널이자 고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로 널리 알려진 류근 시인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두고 “역사의 물줄기마저 막아서 썩은 미래를 남기시겠다는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류 시인은 3일 페이스북(▶바로 가기)에 글을 올려 “어떠한 불의를 보고도 막을 수 없는 눈 부끄러워서 차마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겠다. 어떠한 불의에 대해서도 막아내지 못하는 손 부끄러워서 차마 자판 위에 손을 얹지 못하겠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흐르는 강물에 보를 쌓아 막아서 썩은 물을 만드시더니 이젠 역사의 물줄기마저 막아서 썩은 미래를 남기시겠다는 야만. 하지만 언젠가 그 물이 터지고 범람해서 결국 너희의 썩은 양심과 음모를 덮쳐 쓸어가리라. 그게 내가 아는 진짜 역사”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 ‘99.9%가 편향’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역사학계는 크게 반발했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JTBC 인터뷰에서 “맨 오른쪽에 앉아서 왼쪽을 보면 자기 빼놓고 다 좌편향이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황 총리의 주장을 두고 “국정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의 예를 들면서 “일반 교과서가 좌편향된 게 아니라 국정화를 시도하는 그 자체가 벌써 좌편향이고 종북”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4일 자신의 트위터(@histopian)를 통해 “0.1%가 99.9%를 ‘편향’이라 비난하는 ‘인간 사회’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겁니다. 0.1%가 99.9%를 깔보고 비난하며 정신까지 지배하려 드는 게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어떠한 불의를 보고도 막을 수 없는 눈 부끄러워서 차마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지 못 하겠다. 어떠한 불의에 대해서도 막아내지 못 하는 손 부끄러워서 차마 자판 위에 손을 얹지 못 하겠다. 흐르는 강물에 보를 쌓아 ...
Posted by 류근 on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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