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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거리서 배우는 학생들…“민주주의 좌절-희망 공존하는 시간”

등록 2015-11-04 21:29수정 2015-11-05 16:48

1위시위·거리행동 청소년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 커져”
학생들 보며 뿌듯한 장년
“성숙한 민주주의 진전 느껴”
시민의식 고양 확인한 노년
“슬프면서 한편으론 희망 봐”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지 한 달도 채 안 돼 고시를 강행했다. 숨가쁘게 흘러간 이 기간, 이에 반대하는 청소년·대학생·학계·시민단체 등 각계각층 구성원들은 집회·선언·서명 등 다양한 행동으로 맞섰다. 정부가 국정화를 확정하며 ‘역사전쟁’이 2막으로 접어든 지금, 이들은 지난 23일간의 경험을 두고 “민주주의의 좌절과 희망이 공존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국정화 반대 거리행동에 나섰던 청소년들은 민주주의의 실체를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행동’의 주말 거리행동에 참가했던 김혜연(17)양은 “민주주의에 관심이 확연히 생겼다. 크게 배웠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리지만 모든 걸 각오하면 (거리로) 나올 수가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지하철 등에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에 나섰던 전혜린(18)양은 “(시위를 경험하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세상에 나를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전양은 “그동안 공부를 하면서도 왜 하는지도 모른 채 무기력했는데, (국정화 반대에 나선 뒤로는) 이제는 이게 맞는지 틀렸는지 분별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항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하는 정부를 보며 또다시 실망한 이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박재현(28)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현실을 비꼬는 뜻인) ‘노오력’이라는 인터넷 유행어가 있지 않나. 요즘 보면 ‘노오력’을 한다고 해서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좌절감을 내비쳤다. 박씨는 “우리가 목소리를 낸다 해도 정부는 자신의 방식대로 밀고 나간다. 민주주의의 기본에는 의견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정부가 국민들의 노력·발언권을 수렴해 국민의 뜻대로 바꾸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실망·패배감이 쌓인다”고 했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해직교사인 이성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서 행진하고 자기 의사를 밝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전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를 30년 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인 이이화(78)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감회가 새로웠다. 한쪽으로는 슬프면서도 한쪽으로는 희망을 봤다. 반민주적이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에서 너무나 슬펐지만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하고 저항을 하면서 시민·역사학도의 의식이 고양됐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늙은이를 거리에 나오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힘이 있는 한 골방에 누워 있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

김성환 방준호 김규남 김미향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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