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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자들 만류 뿌리친 최교수…‘성추문’ 오점만 남기고 퇴진

등록 2015-11-06 20:41수정 2015-11-07 15:27

 질문에 답하는 최몽룡 교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11.4 mon@yna.co.kr/2015-11-04 15:30:18/
질문에 답하는 최몽룡 교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11.4 mon@yna.co.kr/2015-11-04 15:30:18/
최몽룡, 대표필진 이틀만에 자진사퇴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진에서 6일 사퇴한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4일 집필진에 선정된 뒤 “산골 도사가 개울 있는 속세 나온 기분”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은퇴한 지 8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 ‘노학자’는 성추문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세상에 나온 지 이틀 만에 ‘산골’로 돌아가게 됐다.

“나라에서 하는 건 믿어야 된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최 교수를 선정한 4일 오후, 최 교수는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 쪽에 맡기면 (교과서가) 참 잘 나온다. 총리까지 나와서 국정 교과서가 문제없다고 얘기했으면 국가를 믿어야 한다”며 국정 교과서 편찬 작업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한겨레>가 자택을 찾아갔을 때, 최 교수는 편안한 복장을 한 채로 제자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주 세 병이 놓여 있는 탁자에 앉아 취재진을 맞은 최 교수는 “오늘 아침에 (국편 기자회견에) 나가려고 양복까지 다 갖춰 입었는데 아침 8시께부터 제자들이 또 와서 만류했다”고 했다. 그는 “어젯밤 12시께부터 40여명의 전국에 있는 역사학 교수들이 (기자회견에) 나가지 말라고 연락이 왔다. (연락 온 사람들 가운데)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도 있는데 죄다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고 밝히며 제자·동료들의 만류에 못 이겨 자신을 데리러 온 국편 직원을 되돌려 보낸 사실도 전했다. 그 대신 기자들과 마주 앉아 그동안 자신이 집필에 참여했던 역사교과서를 보여주며 앞으로 어떻게 집필할지에 대한 계획을 펼쳐 보였다.

자택서 기자들과 인터뷰
맥주·포도주 비우며 식사도
성추행 의혹 불거지자 ‘사의’
최 “외모 칭찬…성희롱 의도 없어”
해당기자·신문사 찾아가 사과

최 교수는 이날 자택에서 <한겨레>를 포함해 일간지·방송 등 10여개 매체 취재진과 거실에 앉아 인터뷰를 했다. 맥주를 마시던 최 교수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포도주 한 병을 비웠다. 인터뷰 중간에 식사도 하면서 그는 저녁 늦게까지 인터뷰를 이어갔다. 최 교수는 6일 그날 상황을 묻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드카(도) 나만 조금 먹었다. 우리 다 나누니까 넉 잔 됐잖아”라고 했다. 최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여러 매체 기자들이 자택을 드나들며 인터뷰가 이어졌다.

그러나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자 최 교수는 직접적인 답변은 피한 채 대표 집필진에서 사퇴했다. 보도가 전해진 이날 오전 자택을 나선 최 교수는 국편을 찾아가 김정배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고 <조선일보> 편집국을 찾아가 해당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뒤 다시 자택으로 돌아왔다. 앞서 국편 쪽의 사퇴 압박이나 종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난 뭐 그렇게 별로 잘못했다고 생각진 않는데 여하튼 상황이 그렇게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택으로 들어가던 최 교수는 사퇴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군데를 보고 돌다가 생각을 해보니 내가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노태우 정부 때 처음 고등학교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으며, 이후 2011년까지 사용된 마지막 국정 교과서까지 고대사 집필을 맡았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7년 편찬한 고교 역사 교과서에선 상고사(삼국시대 이전) 집필을 맡았다. 국편이 최 교수의 사퇴를 밝힌 이날 오후 그는 “(대표 집필진으로 선정된) 이틀 동안 고군분투하면서 나도 고민이 있었다. 대체 누굴 위해서 하는 건지,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 건지 (큰 고민 없이) 선뜻 주저 없이 허락한 거고, 그것도 제자들이 다 말린 것”이라며 집필진으로 선정된 뒤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후회도 내비쳤다. “그 친구들(제자) 생각이 옳았다. 큰 왕조가 오래 지속될 때는 충신이 많았다. 제자들 말을 더 잘 들을걸…. 지금 좀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사필귀정’이지.”

김성환 현소은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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