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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익단체, 학생들 실명 거론하며 험담…“징계하라” 전화공세

등록 2015-11-06 21:05

국정화 반대 학생들 위협
항의전화로 학교 업무 마비
극우 누리꾼들 신상털기까지
“교사도 징계를”…일부 학생 울음
“제가 잘못한 것 인정하고 앞으로 몰랐던 부분을 배워나갈 의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한 행동에 대한 비난이 저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라 학교나 선생님들에게도 향하고 있어서 죄송스러워요.”

10대 소녀는 결국 울고 말았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던 학생은 결국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국정화를 반대하며 ‘좌파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정화를 찬성하는 보수 성향 단체와 개인들이 어린 여고생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 학생이 재학중인 학교는 빗발치는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6일 해당 학생이 재학 중인 경기도 ㄱ고 관계자는 “일반적인 항의전화 수준이 아니다. 지금 학교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의 신변도 아주 심각하다. 일베 사이트를 보니 가족이나 부모들까지 신상털기에 나선 것 같다. 학생 보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ㄱ고는 이날 학생을 보호하고 학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에 변호사 선임 등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며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혁명)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내용이 5일 한 언론에 보도된 뒤 각종 비난에 시달려왔다. 이 학생은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해당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사회는 대립하는 두 계급이 존재하고,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각 계급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며 “적절하지 못한 단어로 여러분들을 불편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문까지 게시했다. 하지만 극우 성향의 누리꾼들이 모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에선 이 학생의 가족 사항이나 과거 사진, 그리고 재학 중인 학교의 전교조 교사 명단까지 올라오는 등 사실상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학교 쪽에 학생을 징계하라는 요구까지 쏟아지고 있다. 대구 지역의 한 학생은 “제가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징계해라’,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전화를 한다고 들었다. 담임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면담을 하시면서 앞으로 학교 이름은 공개하지 말라고 권유하셨다”고 했다.

국정화에 찬성하는 보수 성향의 학부모 단체는 공인도 아닌 고등학생의 실명을 거론하고, 해당 학교 소속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연)은 5일 낸 보도자료에서 국정화 반대 의견을 밝힌 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전교조와 교장이 학생의 사상을 오염시켰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공학연은 그밖에 국정화 반대 의견을 밝혔던 학생들의 소속 학교 2곳의 실명을 못박고 교육부 장관에게 이 학교 교사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공학연이 거론한 한 학교의 관계자는 “학생들은 정당하게 집회 신고를 하고 나갔다. (공학연 성명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교조는 공학연이 고경현 전교조 정책교섭국장이 역사교사로 있는 학교라며 국정화 반대 시위에 나선 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고 국장은 “소속 학교에 휴직 중인 상황으로 동아리 학생들과는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국정 교과서의 당사자로, 국민으로, 본인의 소신으로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선동의 대상으로 삼고, 또 내가 학생들을 선동한 것으로 왜곡 보도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찬반 이슈에 대한 대립과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기성세대가 학생을 공격하거나 이념 공세에 활용하는 태도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태 경기도 학생인권옹호관은 “청소년의 의사 표현의 자유는 유엔에서도 보장하라고 권고했고, 대한민국 정부도 이에 대한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비난이나 공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학교가 징계·강박·회유하지 않고 학생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김미향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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