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제출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 서명지들이 무더기로 대필 서명되거나 명의가 도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야당 의원 보좌관 5명은 지난 11일 교육부 창고에 보관돼 있는 찬성 의견서와 서명지를 살펴본 결과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62개의 박스 가운데 10~62번 박스에서는 비슷한 분량과 형태에, 인용한 사진도 동일한 찬성 의견서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 중 90% 이상은 손글씨가 아니라 컴퓨터로 인쇄된 것이었다. 같은 필체로 A4용지 2~3장에 장당 20명씩 서명자를 기재한 서명용지도 많았고, 명단 자체가 복사된 서명지가 함께 제출된 사례도 있으며, 이름과 전화번호는 다르지만 10여명의 주소를 동일하게 써 넣은 서명지도 있었다.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경우 찬성 의견서를 낸 것으로 돼 있으나, 한 보좌관이 공개 질의한 결과 ‘의견서를 낸 적이 없다’는 답을 받아 명의가 도용된 것도 확인됐다. 정부의 여론수렴 과정에서 국정화 찬성 의견이 반대 여론에 크게 밀리자 보수단체 등에서 찬성 의견서와 서명지들을 급하게 만들어 낸 것으로 야당은 보고 있다.
강희용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적법하게 이뤄져야 할 행정절차에 국민의 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조작된 서명부’를 작성한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며 “사법 당국이 수사에 나서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견서 및 서명서를 한사람이 복수로 제출한 경우 찬·반 의견 모두 1건으로 간주하였으므로 중복 의견서 내지 서명서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의견 수렴이 허위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행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해 ‘조작·동원’ 등의 용어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김의겸 전정윤 기자 kyummy@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