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정대협 대표 도쿄강연서 강조
“평화비(소녀상)를 철거하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요구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의 재일본한국와이엠시에이(YMCA) 국제홀. 지난 25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주도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윤미향 상임대표가 연단에 섰다. 지난 2일 한·일 양국 정상이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뒤 처음 열린 윤 대표의 강연이어서인지 현장엔 일본 시민들이나 취재진뿐 아니라 공안 당국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한 일본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반영하듯 이날 일본 언론의 질문은 평화비 철거 문제에 집중됐다. 윤 대표는 “평화비는 정부나 정대협이 함부로 철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화비 철거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해결의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하고, 이를 할머니들이 받아들인 뒤 일본 대사가 소녀상 옆의 빈자리에 헌화, 묵념을 한 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베 총리에겐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은 아베 총리가 생각하는 안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라며 “총리 관저 주변의 얘기만 들어선 안 되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위해 노력해왔던 다른 전문가나 시민들의 얘길 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은 2014년 6월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개국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들이 모여 일본 정부에 요구한 안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들은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피해 회복 조처로서 뒤집을 수 없는 방법으로 사죄를 하고 그 증거로 배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도 일본 정부에 보내는 요청서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실과 책임을 애매하지 않은 형태로 인정하고 이에 근거해 공식 사죄를 하고 사죄의 증거로 배상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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