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경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쪽에 10일 정오까지 모든 행동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박했던 조계사의 하루
‘화쟁’의 길은 멀었다. 경찰이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한으로 통보했던 9일 자비와 평화의 상징이었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선 종일 혼란과 충돌이 계속됐다. 체포작전 집행을 앞두고,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수사형사 100명을 포함해 조계사 인근에 12개 중대 1000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배치된 경찰 인원은 최후통첩 시한인 오후 4시 무렵, 81개 중대 6500명까지 불어났다. 오후에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경찰에게 “공권력의 조계사 투입은 대한민국 불교 전체를 짓밟는 것”이라며 조계종 스님·직원·신도가 맨몸으로 맞서다 끌려나왔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종교·법조·예술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도 ‘경찰 진입을 막아달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보수단체들은 마이크를 쥐고 “한상균을 체포하라” “자비는 무슨 자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진입 반대’ 각계 성명
경찰의 병력 배치가 이뤄지던 이날 오전 조계사에서는 ‘경찰의 부당한 체포영장 집행과 조계사 진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계의 입장 발표가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단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개인을 강제 구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계종, 나아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른 종교계도 동참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기독교사회단체연합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불교의 존엄을 해치지 말고 무리한 영장 집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와 학계, 문화예술계도 영장 집행 반대 행동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오전 한 위원장의 체포를 막기 위해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을 면담했다. 정희성 시인, 오태영 작가 등 문화예술인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노동계와 종교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학술 4개 단체도 “이번 사안은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 위원장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했다.
조계종 “불교 짓밟는 것” 반발
법조계 등 공권력 반대 성명에도
경찰, 오후 3시30분 전격 체포작전 신도들 저지 나서…곳곳서 비명
5시 자승스님 “기다려달라” 회견
검거 멈췄지만 병력유지 밤새 긴장 ■ 아수라장 된 관음전 앞 오후 들어 경찰의 조계사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조계사에선 혼란과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조계종 직원들은 오후 2시30분 경찰 진입 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철거했다. 조계종 스님 20명과 직원 등 200여명은 이날 경찰의 관음전 진입을 막기 위해 조계종 문양을 가슴에 붙인 채로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깍지 낀 채 경찰 앞에 섰다. “경찰이 신도들과 스님들이 수행하는 조계종 총본산에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조계종 관계자의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오후 3시30분께부터 조계종 관계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불법을 수호하라” “이곳은 조계종 땅이다” 같은 소리가 터져나오며 관음전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조계종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울면서 끌려나가는 동안 스님들은 목탁을 두드리며 눈을 질끈 감은 채 “석가모니불”을 읊었다. 경찰은 진입작전 30분여 만에 관음전 입구를 확보했다. 일촉즉발로 치닫던 충돌 상황은 오후 5시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전격적인 기자회견으로 일단 정지됐다. 하지만 한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이날 밤 관음전 근처에 5개 중대 400명 등 조계사 주변에 12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하면서 긴장 상황은 밤새 이어졌다. 조계사 정문에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신도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졌고, 농민·노동자들은 팻말을 들고 조계사 주변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경찰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작전 진행 상황
법조계 등 공권력 반대 성명에도
경찰, 오후 3시30분 전격 체포작전 신도들 저지 나서…곳곳서 비명
5시 자승스님 “기다려달라” 회견
검거 멈췄지만 병력유지 밤새 긴장 ■ 아수라장 된 관음전 앞 오후 들어 경찰의 조계사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조계사에선 혼란과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조계종 직원들은 오후 2시30분 경찰 진입 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철거했다. 조계종 스님 20명과 직원 등 200여명은 이날 경찰의 관음전 진입을 막기 위해 조계종 문양을 가슴에 붙인 채로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깍지 낀 채 경찰 앞에 섰다. “경찰이 신도들과 스님들이 수행하는 조계종 총본산에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조계종 관계자의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오후 3시30분께부터 조계종 관계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불법을 수호하라” “이곳은 조계종 땅이다” 같은 소리가 터져나오며 관음전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조계종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울면서 끌려나가는 동안 스님들은 목탁을 두드리며 눈을 질끈 감은 채 “석가모니불”을 읊었다. 경찰은 진입작전 30분여 만에 관음전 입구를 확보했다. 일촉즉발로 치닫던 충돌 상황은 오후 5시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전격적인 기자회견으로 일단 정지됐다. 하지만 한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이날 밤 관음전 근처에 5개 중대 400명 등 조계사 주변에 12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하면서 긴장 상황은 밤새 이어졌다. 조계사 정문에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신도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졌고, 농민·노동자들은 팻말을 들고 조계사 주변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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