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진출석에 앞서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민주노총 조합원과 조계종 직원 등의 인사를 받으며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4일 만에 막내린 조계사 대피
한 위원장, 오전 자진출석 뜻 밝혀
“공권력 침탈 재발 막으려 결단”
대웅전 참배하고 자승 총무원장 면담
검은색 머리띠 두르고 일주문 나서
한 위원장, 오전 자진출석 뜻 밝혀
“공권력 침탈 재발 막으려 결단”
대웅전 참배하고 자승 총무원장 면담
검은색 머리띠 두르고 일주문 나서
지난달 16일 경찰의 체포를 피해 조계사에 들어온 지 25일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밖을 나섰다.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력 6700여명에 둘러싸인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명이 “건강하십시오”라는 위로의 말과 “노동개악 박살내자”는 구호를 함께 외치자 그의 눈도 붉어졌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으로부터 받은 108염주를 끼운 한 위원장 팔목에는 이내 수갑이 채워졌다.
앞서 오전 10시께 피신해 있던 조계사 관음전을 나선 한 위원장은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나란히 조계종 직원 100여명이 손을 맞잡아 만든 ‘사람 띠’ 사이를 걸어 대웅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노동개악 중단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의미의 삼배를 올린 한 위원장은 이후 자승 총무원장을 만났다. 한 위원장은 “자승 스님께서 그동안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에 전면적으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오늘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을 멈추고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자진출석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조계종의 성소인 이곳까지 (전날) 공권력에 침탈당했다. 재발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결단했다”고 밝혔다. 전날 경찰은 한 위원장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조계사 관음전 문 앞까지 진입했다. 조계종 관계자도 “관음전 문 앞은 조계사 영역인 만큼 어제 상황은 공권력의 경내 침입이 맞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공권력에 의해 잠시 현장을 떠나게 됐지만 감옥과 법정에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노동개악을 막는 것이) 민주노총에 주어진 역사적 책임”이라고 했다. “다시 투쟁의 머리띠를 동여맸다”는 그의 머리엔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검은색 머리띠가 둘러져 있었다.
방준호 황금비 현소은 기자 whorun@hani.co.kr·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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