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별이 된 205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해요”

등록 2016-01-11 17:40수정 2016-01-12 00:15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페이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 희생 학생·교사 부모들이 쓴 단원고 졸업 축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들의 엄마·아빠가 쓴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축사’가 공개돼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예은이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1일 오후 페이스북(▶바로 가기 : https://www.facebook.com/gygeyoo/?fref=ts)을 통해 ‘4·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아빠들’ 명의로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축사를 실었다.

4·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아빠들은 글에서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았았는데, 그러는 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 (세월호 생존자 학생)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들은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맙다”며 “어른들이 몰아넣은 참사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탈출한 것이 무슨 죄라고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한 짓을 우리 엄마·아빠들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졸업생) 여러분들이 겪을 어려움도 많을 거예요.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받겠죠. 아마 위한답시고 특별하게 대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별이 된 205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지켜줄 테니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 있게 대해도 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또 “우리(엄마·아빠)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절대로 되지 말라”며 “(졸업생)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이 스러져갔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꼭 찾아내겠다”며 “가끔은 여러분도 우리 엄마 아빠들을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축사는 끝으로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 우리 엄마·아빠들이 함께 (세월호 생존자 학생)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고 축복한다”고 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2일 졸업식 때 단원고 측에 4.16가족협의회에서 축사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생존자 학부모님들이 안 하셨으면 합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축사를 하게 됐다. 졸업하는 친구들이게 이 축사가 꼭 전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다음은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엄마아빠들의 축사’ 전문.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

뭐라고 먼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그러는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되었군요. 12년 학교생활을 마치고 스무살 성인이 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는 평범한 엄마아빠일 줄 알았는데, 이런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여러분은 내 아이가 키우던 꿈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 아이를 이 엄마아빠보다도 더 오랫동안 기억해줄 친구이기 때문에.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힘들었죠?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른들이 몰아넣은 참사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탈출한 것이 무슨 죄라고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한 짓을 우리 엄마아빠들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동안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절대 주눅들지 마세요. 자책도 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겪을 어려움도 많을거예요.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받겠죠. 아마 위한답시고 특별하게 대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언제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있게 대하세요. 그래도 되요.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열두 분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들을 지켜줄거니까요.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여러분들에게 부담스러운 짐, 떨쳐내고 싶은 기억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여러분들을 늘 응원하고 힘을 주는 천사 친구, 천사 선생님이예요.

별이 된 친구들을 대신해서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어요. 그저 여러분들이 꿈꾸는 삶을 최선을 다해서 떳떳하게 살아주세요.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환히 웃고 있을테니까요.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어요. 꼭 들어주면 좋겠어요.

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되지 마세요. 절대로.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되요. 절대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앞으로 여러분들이 나아가는 길을 응원할게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겪었던 그 일,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스러져갔던 그 일의 진실을 꼭 찾아낼게요. 가끔은 여러분들도 우리 엄마아빠들을 응원해주세요. 그럴 수 있죠?

여러분들의 졸업을 정말정말 축하하고 축복해요.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 우리 엄마아빠들이 함께.

2016년 1월 2일

4.16가족협의회 희생학생, 교사의 엄마아빠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