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 희생 학생·교사 부모들이 쓴 단원고 졸업 축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들의 엄마·아빠가 쓴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축사’가 공개돼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예은이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1일 오후 페이스북(▶바로 가기 : https://www.facebook.com/gygeyoo/?fref=ts)을 통해 ‘4·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아빠들’ 명의로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축사를 실었다.
4·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아빠들은 글에서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았았는데, 그러는 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 (세월호 생존자 학생)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들은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맙다”며 “어른들이 몰아넣은 참사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탈출한 것이 무슨 죄라고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한 짓을 우리 엄마·아빠들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졸업생) 여러분들이 겪을 어려움도 많을 거예요.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받겠죠. 아마 위한답시고 특별하게 대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별이 된 205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지켜줄 테니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 있게 대해도 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또 “우리(엄마·아빠)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절대로 되지 말라”며 “(졸업생)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이 스러져갔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꼭 찾아내겠다”며 “가끔은 여러분도 우리 엄마 아빠들을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축사는 끝으로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 우리 엄마·아빠들이 함께 (세월호 생존자 학생)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고 축복한다”고 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2일 졸업식 때 단원고 측에 4.16가족협의회에서 축사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생존자 학부모님들이 안 하셨으면 합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축사를 하게 됐다. 졸업하는 친구들이게 이 축사가 꼭 전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다음은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엄마아빠들의 축사’ 전문.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
뭐라고 먼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그러는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되었군요. 12년 학교생활을 마치고 스무살 성인이 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는 평범한 엄마아빠일 줄 알았는데, 이런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여러분은 내 아이가 키우던 꿈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 아이를 이 엄마아빠보다도 더 오랫동안 기억해줄 친구이기 때문에.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힘들었죠?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른들이 몰아넣은 참사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탈출한 것이 무슨 죄라고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한 짓을 우리 엄마아빠들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동안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절대 주눅들지 마세요. 자책도 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겪을 어려움도 많을거예요.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받겠죠. 아마 위한답시고 특별하게 대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언제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있게 대하세요. 그래도 되요.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열두 분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들을 지켜줄거니까요.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여러분들에게 부담스러운 짐, 떨쳐내고 싶은 기억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여러분들을 늘 응원하고 힘을 주는 천사 친구, 천사 선생님이예요.
별이 된 친구들을 대신해서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어요. 그저 여러분들이 꿈꾸는 삶을 최선을 다해서 떳떳하게 살아주세요.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환히 웃고 있을테니까요.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어요. 꼭 들어주면 좋겠어요.
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되지 마세요. 절대로.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되요. 절대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앞으로 여러분들이 나아가는 길을 응원할게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겪었던 그 일,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스러져갔던 그 일의 진실을 꼭 찾아낼게요. 가끔은 여러분들도 우리 엄마아빠들을 응원해주세요. 그럴 수 있죠?
여러분들의 졸업을 정말정말 축하하고 축복해요.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 우리 엄마아빠들이 함께.
2016년 1월 2일
4.16가족협의회 희생학생, 교사의 엄마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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