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대화 불참을 공식 선언하면서 노·정 관계는 ‘시계 제로’의 대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4년 8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대화에 참여하기로 한 뒤 1년여 동안, 협상 결렬과 재개가 반복되는 진통 끝에 도출된 ‘9·15 노사정 대타협’ 역시 종잇조각으로 전락했다. 정부 역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노·정 충돌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이날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합의를 지키지 않고 약속 어기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정부와 무슨 대화가 더 필요하겠냐”며 “한국노총은 오늘을 기점으로 그동안의 협상 기조에서 벗어나 정부와 여당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정책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에서 투쟁으로 스위치를 전환한 셈이다.
한국노총은 먼저 적극적인 ‘소송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과 관련된 ‘양대 지침’이 상위법인 노동법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제기 등을 통해 지침의 효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의 적극적인 연대투쟁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등으로 구성된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1월23일 개최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한국노총 위원장도 참여해 공동투쟁 방안 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4·13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 이슈’가 정치적 쟁점으로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편 방향에 대해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정부·여당 역시 노동계 행보에 대해 “무책임한 합의 파기” “조직 이기주의” 등의 비판으로 맞서면서 여론전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노총이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총선에서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노동계는 조직력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은 정부 추산으로만 147만명에 달한다. 두 노총이 조직적인 ‘총선투쟁’에 나설 경우 정부·여당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한국노총 발표에 대해 즉각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한국노총을 설득하거나 한국노총과 협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노총에 대해 “조직 이기주의 우선시” “고소득 정규직들의 기득권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기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정부의 지난해 12월30일 전문가 토론회에서의 양대 지침 정부안 초안 발표에 대해서도 “전문가 토론회 등은 정상적인 지침 준비 과정으로 이를 일방적 발표라고 호도하면서 협의에는 전혀 응하지 않는 한국노총의 행태가 대타협 위반”이라고 맞받았다. 또한 양대 지침에 대해 “실기하지 않고 현장에 안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지침 확정·발표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으로 정부의 ‘일방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현웅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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