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역사학 전공 대학원생과 소장 학자 50여명이 모여 만든 ‘만인만색(萬人萬色) 연구자 네트워크’의 회원들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제공
‘만인만색’에 20·30대 50여명 참여
“국정화 강행이 연구자 결집시켜
공론장 취약하면 발언권 더 위축”
팟캐스트·포털연재로 대중과 접촉
“국정화 강행이 연구자 결집시켜
공론장 취약하면 발언권 더 위축”
팟캐스트·포털연재로 대중과 접촉
“10월 중순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젊은 역사 연구자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에 모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역사 연구의 전문성을 지향하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는데, 역사학계에서는 1980년대 후반 한국역사연구회와 역사문제연구소가 창립된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움직임입니다.”
백승덕 ‘만인만색(萬人萬色) 연구자 네트워크’(이하 만인만색) 공동대표는 24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전날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창립총회를 연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백 대표는 1983년생인데, 그 또래 1980~90년대 초반생 역사학 전공 대학원생과 소장 학자 50여명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은 한국 사회와 대학에서 온전히 자리잡지 못한 채 각자 학교 또는 학회·연구회에 갇혀 있던 젊은 연구자들이 국정화를 계기로 한데 모여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만인만색 회원들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다양한 형태로 반대 의견을 개진해왔다. 국정화 행정예고기간 반대의견서 제출과 인증을 시작으로 거리행진, 집회 참여, 전국역사인대회 개최, 교육부 항의방문 등을 진행했다. 만인만색은 창립총회 자료집에서 “박근혜 정부는 우려한 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지만, 이 사태는 오히려 행동하고 실천하는 학생·시민·연구자들의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방적 합의와 노동법 개악 시도 등 국정화 이후 잇따른 정부 정책은 만인만색의 고민을 다양한 사회문제로 넓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백 대표는 “젊은 역사 연구자들 사이에서 국정교과서뿐만 아니라 공론장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공론장이 폐쇄되고 취약해질수록 후속 세대는 발언권을 갖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느슨한 형태로나마 대안적인 공론장을 형성해보자는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만인만색은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역사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는 ‘젊은 방식’의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통해 역사학 지식을 대중 친화적으로 전달하고, 3월 중순부터는 다음(Daum) 스토리펀딩에서 ‘한뼘 한국사’를 연재할 참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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