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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백민주화씨, 네덜란드서 1인시위

등록 2016-01-28 09:13수정 2016-01-28 15:34

백민주화씨가 27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국민 앞에서 사과하라”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백민주화씨 제공
백민주화씨가 27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국민 앞에서 사과하라”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백민주화씨 제공
“1인 시위를 하는 내내 ‘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어떻게 죽기 직전까지 물대포를 쏠 수 있을까, 당사자들은 죄책감이라도 느끼고 있을까’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69)씨의 둘째딸 백민주화(30)씨가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27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백씨는 27일 개막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일정에 맞춰 이날 오후부터 저녁까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로테르담 중앙역 안에서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백씨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가 끝나는 다음달 7일까지 매일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네덜란드인과 결혼해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백씨는 <한겨레>와의 온라인 메신저 인터뷰에서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하고 있다고 아빠에게 알려주고 싶어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했다. 스스로 1인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위에 쓸 손팻말도 직접 준비했다. 팻말에는 ‘아버지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쓰러진 후 여전히 의식이 없다. 정부의 사과도 전혀 없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영어 글귀와 함께 쓰러져 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넣었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아버지가 쓰러질 당시 상황을 설명한 전단지도 준비했다. 백씨는 “많은 사람들이 슬쩍 쳐다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여유있게 와서 물어보면 자세히 답해주고 싶었다”며 “그 자리에 서있는 일은 전혀 부끄럽지도, 떨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의 둘째딸 백민주화씨가 27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민주화씨 제공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의 둘째딸 백민주화씨가 27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민주화씨 제공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이어진 1인 시위에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어떤 시민은 집에 가는 길에 직접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전단지 수십장을 가져가기도 했고, 다음 시위에도 도와주고 싶다며 전화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시위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온 한 여성이 자세하게 전단지를 읽어보고,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 말하며 꼭 안아줄 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백씨는 “시민들 대부분은 ‘이게 정말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지’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보고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일을 당한 아빠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위를 지켜보던 경찰도 백씨에게 큰 힘이 됐다. 야외와는 달리 역 안에서 시위를 진행할 땐 시청이나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만, 경찰은 멀리서 한 시간정도만 지켜볼 뿐 시위를 따로 막지 않았다고 했다. 백씨는 “지켜보던 경찰이 다가와 전단지에 있는 내용을 천천히 읽어본 후 ‘같은 경찰로서 정말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다”며 “‘왜 이런 사과를 한국에서는 들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했다”고 했다.

백씨의 가족들은 정부의 사과를 받기 위해 여전히 가족들이 나서야 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백민주화씨의 언니인 백도라지(35)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주화의) 1인 시위 소식을 듣고 팻말에 들어갈 아버지의 사진을 함께 골라줬다”며 “아버지가 쓰러지신 지 두 달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해를 넘긴 백남기씨의 입원 생활은 28일로 76일째를 맞는다. 백씨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관련기사]
▶“아빠를 쓰러뜨린 국가는 저렇게 뻔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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